대권주자들 “사태수습 협의체를”
비슷한 제안 내놓고 논의는 답보
秋는 ‘나홀로’ 영수회담 취소로
시민세력ㆍ야권 공조 스텝 꼬이게
“야당 지도부와 잠룡들이 ‘날 좀 보소’ 경쟁만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 후 야권의 대응 방식에 대한 정치권 관계자의 일갈이다. 야권 공조는커녕 ‘나홀로’ 영수회담을 추진하다 체면만 구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나, 말뿐인 수습책만 내놓으며 대선 전초전에 열을 올리는 야권 잠룡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정 혼란 사태를 주도적으로 수습하려는 노력 보다는 차기 대선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셈법에 좌우되는 게 야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야당의 헛발질 행보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철회 사태에서 정점을 찍었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 제안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100만 촛불 민심 이후 제도 정치권과 시민세력의 공조 스텝을 꼬이게 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당초 이번 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최순실씨 기소 여부를 지켜보며 ‘하야 민심’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박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명확해지면 탄핵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인데, 추 대표의 돌출 제안으로 흐트러진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어제 사태는 매우 위험한 코미디였다”고 우려했다. 추 대표가 퇴진 당론을 고리로 야3당 및 시민단체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뒷북 수습에 나섰지만, 개운치 않은 출발로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자기 목소리 내는 데만 힘을 실을 뿐, 국정 수습 로드맵에 의견 수렴에는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후발 주자들이 촛불민심을 선점하고자 앞다퉈 ‘하야’ ‘탄핵’ 등을 요구하면서 선명성 경쟁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하야를 가장 먼저 주장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순위가 급상승한 게 과열 경쟁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국정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야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비상기구 제안도 경쟁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하나의 기구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은 답보 상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6·10 민주화 항쟁 당시엔 직선제 쟁취라는 공동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존 권력이 이미 무너지고 있어 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독자 플레이로, 면피용 대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 시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심은 야권의 정치적 셈법에 갈수록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본부장은 “대통령 지지율은 5%로 떨어졌지만, 야3당 지지율은 합쳐도 50%에 불과하고 야당 주자들 중 과반 이상을 넘는 인물이 없다”며 “청와대가 버티는 것도 확고한 권력 이양 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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