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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추락에…우선지급금 등 쌓이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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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추락에…우선지급금 등 쌓이는 딜레마

입력
2016.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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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상 약속 사실상 무산 직면

시장격리 물량도 해마다 눈덩이

변동직불금 예산 부족 고민까지

‘풍년의 역설’ 해법 찾기 난관에

수년째 이어지는 풍년 탓에 쌀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매 과정에서 농민들에게 먼저 지급하는 대금인 우선지급금을 인상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 데다, 직불금과 시장격리 물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쌀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19만7,00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420만2,000톤)보다는 5,000톤 줄었지만, 2011~2015년 최저치와 최고치를 제외한 3년 생산량 평균치보다 24만1,000톤(6.1%) 증가한 수준이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공급량마저 늘어 쌀값이 속절없이 추락하는 ‘풍년의 역설’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기준 산지쌀값은 3만2,337원(20㎏)으로, 작년 10월(4만849원)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등의 불’은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우선지급금 인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이다. 우선지급금은 농가의 수확기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매입대금의 일부를 출하 현장에서 가지급하는 것으로, 금액은 수확기 이전인 8월 기준 산지쌀값의 90%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후 10~12월 수확기 산지 평균쌀값이 확정되면 이듬해 1월에 차액을 정산해준다.

이와 관련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쌀 잠정생산량 발표 시 쌀값 안정이 필요하다는 농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우선지급금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농업계 등에서는 우선지급금은 시장가격의 잣대가 돼, 쌀값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쌀값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지급금은 벼 40㎏를 기준으로 금액을 책정하는데,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의 산지 쌀값을 벼 40㎏으로 환산한 값(4만4,653원)이 올해 우선지급금(4만5,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금액 인상이 어려워진 것이다. 만에 하나 연말에 수확기 평균쌀값을 정산했을 때도 4만5,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정부가 농민들로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고민은 이 뿐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격리(쌀을 사들여 시장에서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하는 것)를 위해 떠맡아야 할 물량도 늘어났다. 지난달 25만톤으로 예상했던 시장격리 물량은 이날 이보다 크게 늘어난 29만9,000톤으로 확정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쌀 변동직불금은 더 큰 골칫거리다. 올해 쌀 변동직불금 예산은 9,777억원인데, 쌀값이 폭락하면서 이 금액이 약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쌀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18만8,000원·80㎏기준)에서 평균산지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1ha당 1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부족한 예산은 예비비로 충당할 수 있지만, 쌀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보조금 상한액(1조4,9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WTO에 속한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제소할 경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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