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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에 빠진 윤아 "이제야 연기 맛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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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에 빠진 윤아 "이제야 연기 맛 알았어요"

입력
2016.11.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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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는 “이번 드라마는 키스신이 유독 많았지만, 지창욱 오빠와 친근한 사이가 되면서 키스신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찍을까 하는 여유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아는 “이번 드라마는 키스신이 유독 많았지만, 지창욱 오빠와 친근한 사이가 되면서 키스신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찍을까 하는 여유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을 끝내고 인터뷰를 한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돌아보니 드라마를 끝낸 뒤 배우 윤아(26)를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2008년 KBS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서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꿰차며 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종방 뒤 의례적으로 있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시청률 40%를 넘기긴 했어도 윤아와 상대 배우 박재정의 연기력 논란 때문이었으리라. 당시 윤아는 타이틀곡 ‘지(Gee)’가 수록된 새 미니앨범을 발표한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서만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그 이후에도 윤아는 인터뷰를 멀리했다. 권상우와 호흡을 맞춘 MBC드라마 ‘신데렐라맨’(2009), 윤석호 PD와 장근석이 함께 한 KBS드라마 ‘사랑비’(2012), 이범수가 총리로 나온 KBS드라마 ‘총리와 나’(2013)에 잇달아 출연했지만 언론을 만나지 않았다. 세 드라마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이라는 나쁜 성적표를 남겼고, 윤아의 연기력 논란이 되풀이 됐다.

하지만 3년 뒤 윤아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윤아는 얼굴빛이 환했다. 여유와 자신감이 배어났다. 지난 12일 종방한 tvN드라마 ‘더케이투’에서 스스로 만족감을 찾은 듯했다. ‘더케이투’는 윤아가 한 번 고사했다가 출연 결정을 내린 작품이었다. 그만큼 고민의 흔적이 깊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목표로 두고 했는데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중국 드라마 ‘무신 조자룡’으로 현지에서 높인 인기를 얻은 윤아는 ‘대륙의 여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정말 여신이 되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드라마 ‘무신 조자룡’으로 현지에서 높인 인기를 얻은 윤아는 ‘대륙의 여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정말 여신이 되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전 드라마에서 윤아는 늘 ‘캔디’였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로 소비됐다. 늘 비슷한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그 앞에 쌓여갔다. 낮은 시청률과 연기에 대한 혹평으로 패배감을 맛본 ‘총리와 나’ 이후 배우로서 기로에 섰다. “공백기간이 길어지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왔다”는 윤아는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더케이투’가 그때 눈에 띄었다. 윤아는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건 꼭 해야 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더케이투’는 용병 출신 보디가드 ‘케이투’ 김제하(지창욱)와 그를 고용한 대선 후보의 아내 최유진(송윤아), 대선 후보의 숨겨진 딸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고안나(윤아)가 그리는 액션 멜로 드라마다. 윤아는 그간 보여주지 못 했던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산했다. 연기력 논란으로 항상 마음이 아팠던 윤아에게 ‘더케이투’는 특효약이 됐다. “조금 낯설지만 새로운 변신에 의미를 두고 도전해야 할까, 아니면 안전하게 해왔던 연기를 택할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른 결정을 한 것 같아요. 연기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작품이에요.”

‘더케이투’는 오롯이 윤아를 위한 작품이었다. 첫 회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스페인의 어느 도시에서 하얀 잠옷만 입은 윤아가 헝클어진 머리에 맨발로 차도를 달리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나를 쫓는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서 윤아의 표정과 몸짓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촬영할 때 가장 긴장했다”고 말했다.

“(‘더케이투’의)곽정환 PD께서도 ‘여기서 안나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가야 한다’며 당부하셨어요.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장면이자 저의 첫 등장 장면이었고 제하와 안나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죠.”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캔디형’ 주인공을 주로 연기하던 윤아는 tvN 드라마 ‘더케이투’를 통해 어둡고 차가운 내면 연기를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캔디형’ 주인공을 주로 연기하던 윤아는 tvN 드라마 ‘더케이투’를 통해 어둡고 차가운 내면 연기를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줘야 했다. 안나가 뛰다가 차에 부딪힐 뻔하며 “내가 안 죽였어”라고 스페인어로 읊조리는 장면은 가장 공을 들였다. “달리는 차 앞에 멈춰 서서 안나가 가졌던 아픈 감정들을 터뜨려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표정이나 눈빛으로 지난 과거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대립 각을 세워야 하는 송윤아와의 연기는 늘 긴장 상태였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라 여겨지는 여자를 새 엄마로 옆에 둔 역할이니 매번 상대를 노려보고 소리치며 가뿐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유독 키스 장면이 많았던 지창욱도 윤아에겐 선생님이었다. 세 살 위인 지창욱이 먼저 연락처도 물어와 친해지게 됐다. 액션이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고도 했다.

윤아가 안나 캐릭터에 도전하기까지 중국에서의 활동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지난 4월 중국 후난위성TV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서 조자룡의 첫사랑인 하후경의를 열연하며 중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륙여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외국에서 49부작 서사 드라마를 촬영한 경험은 배우 윤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중국 활동을 자양분 삼아 다섯 번째 주연 드라마로 빛을 보게 됐으니 4전5기인 셈이다. 윤아는 ‘더케이투’로 높은 시청률(5%)과 연기력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다음 작품도 도전의 성격이 강하다. ‘무신 조자룡’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사극에 첫 출연한다. 임시완과의 연기 앙상블이 기대되는 사극 ‘왕은 사랑한다’를 내달부터 촬영해 내년 초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연기에 자신감이 생겼다기보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열정도 더 강해졌습니다. 제 스스로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거예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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