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첫 北美 접촉 가능성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국장이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전문가들과 접촉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이로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뒤 첫 북미간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최 국장이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사실을 전하면서 그가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가 미국 민간전문가들과 만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유력 소식통을 인용해 “최 국장이 제네바에서 미국의 연구원들과 비공식 대화를 갖고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의 후임자인 최 국장은 대미 협상과 핵 문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 국장이 제네바에서 미국 전문가들과 만날 경우 이는 지난 8일(현지시간)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결정된 뒤 첫 북미 간 접촉이다. 북한은 그간 미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최 국장도 이날 트럼프 미 차기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정책이 어떨지가 기본”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국장이 제네바에서 만날 미국 측 인사에는 대북 전문매체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좁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 외에도 최 국장과 대면할 민간 전문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가 포함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북한과 미국은 미 대선 전인 지난달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비공식 대화를 갖고 차기 정부에서 다룰 대북 이슈를 논의했다. 당시 대화에는 북한 측에서 한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가 참석했고, 미국 측에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토니 남궁 전 버클리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북미 간 제네바 접촉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회의”라며 평가절하했다. 조준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트랙2(민간) 회의는 과거에도 늘 있어온 것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이번 접촉은 미국 정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섣부른 대화 거론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입장”이라며 “트럼프 당선인 측과도 강력한 대북제재ㆍ압박을 지속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