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Plato)은 ‘화법은 인간 마음을 지배하는 기술’(Rhetoric is the art of ruling the minds of men)이라고 했다. 스위스의 철학 교수 Tariq Ramadan는 ‘정치적 화법은 혼동만 초래한다’(Political rhetoric leads only to confusion)고 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좀더 과학적이고 비외교적 화법을 사용하면 세상이 좀더 나아질 것’(More scientific language and less diplomatic rhetoric may make this world even better)이라며 빙빙 돌려 말하는 화법의 폐해를 지적했다. 미국의 언론인 John Fund도 ‘화법은 저급한 것이고 증거가 값진 것’(Rhetoric is cheap, evidence comes more dearly)이라며 말장난 같은 언어를 배격했다.
흔히 ‘레토릭’(rhetoric)은 문학적 수사법이나 웅변술 혹은 설득하는 힘이라고 번역한다. 분야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실제로는 말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좋게 말해 수사법이고 나쁘게 말하면 말장난이고 포장된 화술이며 공허한 말이다. 외교관의 언어를 diplomatic rhetoric라고 부르는 이유는 속 다르고 겉 다른 그들의 언어 형태를 지목해서다. 선거철에 후보자의 홍보를 듣다 보면 갑자기 천국이 될 것 같다는 착각이 드는데 모두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공약’(空約)이고 rhetoric이다. 이들 레토릭은 얼굴을 화장하듯 포장한 언어로서 듣기에는 좋지만 실제 내용은 허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을 남긴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 세 번째 토요일을 군인의 날(Armed Forces Day)로 기념하는데 이런 곳에는 ‘Thank you, troops’, ‘Support the Troops’ 같은 홍보 문구가 등장한다. 후자의 문구를 본 Noam Chomsky교수는 ‘Nobody know what it means because they don’t mean anything–that’s the point of good propaganda’라고 말하며 이런 것이야말로 empty rhetoric이라고 지적했다. 1차 대전 때 영국은 ‘Britain Needs You, Now!’ 슬로건으로 국민들의 자원과 입대를 요청했다. 미국에서도 ‘I WANT YOU FOR U.S. ARMY’라는 포스터가 등장했는데 모두 정부의 홍보(propaganda)이고 정치적 레토릭이다.
반세기 넘게 분단된 한국에서는 보수 정권이 갑자기 ‘통일은 대박’이라는 ‘빈 말’로 국민을 현혹했다. 말끝마다 국민을 파는 정치인들의 언어는 모두 포장된 언어인 레토릭이다. 이제는 그럴싸한 그들의 언어를 새겨들어야 할 판이다. 고전 철학자의 언어도 레토릭인 경우가 많다. 중국의 노자(老子)는 도교(Taoism)를 설파하며 ‘Truthful words are not beautiful; beautiful words are not truthful. Good words are not persuasive; persuasive words are not good’(진실된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 되지 못하다. 좋은 말은 설득력이 없고 설득력 있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언뜻 듣기에 멋진 말 같다. 그러나 진실 되면서 아름답고 설득력 있으면서 좋은 말도 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말장난’이고 비논리적이며 공허한 것도 사실이다.
문학적으로는 rhetoric이 표현의 기법으로 분류되지만 정치나 사회적 표현에서는 비난을 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말하는 사람의 이득과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과장된 기법이 쓰이고 그 내용은 빈말에 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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