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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참에 정치권 부패 청산하자

입력
2016.11.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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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퇴진 압력을 받는 여러 이유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이 행정부와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여 국가 예산과 기업자금이 사익에 기여토록 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사익의 주인이 최순실인지, 대통령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최순실이라고 해도 우리 국민은 충분히 분노하고 있다. 참 불행한 일이지만 이 불행에서 배우지 못하면 우리는 더욱 불행해진다. 무엇을 배워야 할까.

국민이 준 권한을 사익추구에 이용하는 것이 대통령뿐인가 하는 의문이 그 시작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행정부나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여 국가 예산과 기업자금이 사익에 기여토록 한 적이 없는가. 정치인들은 행정부에 말하여 국가 예산을 따낸 적은 있으나 다 지역구를 위한 일이었다고 할 것이다. 쪽지예산은 국회입법조사처의 해석처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치자. 그러나 여름에 장관에게 압력 넣고 안 들어 주면 가을 국정감사에서 호통치는 행태는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이렇게 보면 국정감사 시점이 예산국회 직전인 점도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들은 그래도 기업에는 그런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기업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민원을 들어주며 대가를 챙기는 방법을 택한다. 민원 중 대표적인 것이 경쟁입찰이다. 아는 기업이 입찰을 따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는 형태이다. 이때 정치인이 영향을 미치기 좋은 대상은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입찰이다. 공공부문에는 정치인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압력 대상이 되는 공공부문의 범위는 매우 넓다. 그리고 더 넓어지고 있다. 첫째, 국토부 해양부 등의 지방청에서 발주하는 각종 공사가 있다. 아울러 우편 금융 등에서 5조원의 영업수입을 올리는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정부기업도 있다. 공무원이 직접 발주하므로 정치권의 영향력이 가장 직접적이다. 둘째, 323개 공공기관으로서 한전 LH공사 철도공사 등 공기업이 대표적 유형이다. 발주 규모가 크고 숫자가 많아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다. 셋째, 공공기관은 아니나 정부가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도 있다. 앞으로 정부가 21%를 소유하게 되는 우리은행도 그 중 하나이다. 우리은행 주주 중 정부 다음으로 큰 주주는 6%를 보유한다. 많은 민간 주주들이 힘을 합쳐 정부의 21%를 압도하기란 불가능이다. 앞으로도 정부가 ‘민영화’ 된 우리은행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하긴 정부지분이 전혀 없는 KT와 포스코의 경영진도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이다. 주인 없는 회사에는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한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와 KT는 여전히 사실상의 공기업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 힘의 원천 중 하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와 KT 지분의 각 10% 정도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힘은 삼성 등 민간기업으로도 확장되어 있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현재 535조원 수준인데 이는 2040년까지 2,500조원을 넘게 되어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모든 민간기업을 통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리되면 국민연금이 정치권과 기업의 부패거래를 가능케 하는 통로가 될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부패한 정치인과 공공부문이 결탁하여 정치인은 정치자금을 얻고 이에 협조한 공공부문 임직원은 자리를 보전하거나 영전한다. 이참에 이런 부패 관행이 확 바뀌었으면 한다. 청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부정청탁법이 시행되어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거대 부패를 없애지 않고 어찌 국민에게 ‘3만원 이내 식사’를 지키라고 할 것인가. 이번 사태는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불행에서 우리가 배우고 고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이참에 정치권-공공부문-민간기업의 3각 부패 고리를 청산해 보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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