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1호 계약자는 두산 유격수 김재호(31)다.
김재호는 15일 두산과 4년간 총액 50억원(계약금 20억원ㆍ연봉 6억5,000만원ㆍ인센티브 4억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50억원은 역대 유격수 최고 금액이다. 한창 전성기를 누릴 30대 초반의 나이에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 그리고 주장으로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 받았다.
김재호는 올 시즌 137경기에 나가 타율 0.310(416타수 129안타) 7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주전 유격수로 한국의 초대 우승을 이끌었고, 내년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주전으로 뛴 선수에게 50억원을 안긴 것은 지나친 ‘거품’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스토브리그 15명의 FA 중 김재호가 50억원으로 가장 먼저 계약하면서 준척급 FA들은 이 금액을 협상의 기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또 거물급 FA로 꼽히는 투수 김광현(28ㆍSK), 양현종(28ㆍKIA), 외야수 최형우(33ㆍ삼성) 등은 ‘100억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늘어난 탓에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2년 이택근(넥센)의 5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김주찬(KIA) 50억원, 2014년 강민호(롯데) 75억원, 2015년 윤석민(KIA) 90억원, 2016년 박석민(NC) 96억원까지 올랐다. 시장에 풀린 총 금액도 2014년 523억5,000만원에서 2015년 720억6,000만원, 2016년 766억2,000만원을 찍었다.
거품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구단 관계자들은 점점 “자중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신인 계약금 거품이 빠진 것처럼 FA 계약 규모도 현실화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인 계약금은 2006년 한기주(KIA)가 1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1년 유창식(KIA) 7억원, 2013년 윤형배(NC) 6억원을 마지막으로 거품이 빠져 최근 1차 지명 선수는 계약금 2~3억원 선에서 사인했다. 올해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했다가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은 투수 윤성빈이 이례적으로 높은 금액 4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FA를 잡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건 구단 입장에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특급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열된 시장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라며 “구단들이 육성을 기조로 내세우기도 했고, 내년부터는 올 시즌처럼 대형 선수도 없어 거품이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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