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크리켓 경기장의 과도한 복장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호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7’은 15일 “호주 퍼스의 웨스턴 오스트레일리 크리켓협회(WACA)의 복장 규정에 대해 일부 여성 기자들이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호주 퍼스의 WACA 그라운드에서 열린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취재에 나선 ESPN의 멜린다 패럴 기자는 이날 ‘의상이 복장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주장했다. WACA의 복장 규정에는 여성의 경우 ‘치마가 무릎 위 8.5㎝ 이상 올라가서는 안 되고, 어깨끈의 넓이는 5㎝ 이상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패럴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WACA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1960년대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드레스 코드를 고수한 결과 관중석이 텅 비어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협회 관계자가 경기장을 찾은 한 임신부에게도 치마가 너무 짧다고 지적하는 바람에 결국 그 여성은 벨트를 풀어 치마를 아래로 내려 입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인기가 많은 크리켓은 ‘신사의 스포츠’라고 해서 관중이나 크리켓 클럽 회원들의 드레스 코드가 설정된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옷이나 레깅스, 슬리퍼 등의 착용을 금지하고 남성도 깃이 없는 셔츠, 하와이안 스타일이나 운동용 반바지 등을 입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그러나 WACA의 드레스 코드는 그 중에서도 지나치게 엄격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복장 규제를 심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WACA의 크리스티나 매슈스 대표는 논란이 일자 “복장 규정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주위의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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