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이 광장에 모였다는 그날, 사람들은 다 같은 말을 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학생, 고등학생이 행진을 하고 연설을 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나. 이상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줄지어 촛불을 들고 광장을 걷는 광경을 보았을 때 그 모습에서 느낀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저 깊이에서부터 몰려왔다. 어느 방송인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에도 어느 가수가 노래를 불렀을 때에도 어느 야당 지도자가 목소리를 높였을 때에도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이전처럼 잘 들리지 않았다. 그것보다 “저기, 명동역으로 가야 하는데 어느 쪽이에요?” 묻는 볼 빨간 아이들의 목소리에 내 귀가 먼저 트였다. 아이들은 훗날 “그 아름다운 역사의 날에 내가 거기 있었어!” 으스댈 것이다. 열네 살, 열여섯 살, 어감조차도 예쁜 나이에 그곳에 있었음을 애인에게 자랑하고 또 그들의 아이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정말 그럴 것이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에 이제 지친 걸음으로 줄 서서 걷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인파는 대부분 사라진 후였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졸음과 피곤이 뒤섞여 있었다. 그냥 예뻐서, 내가 먼저 우우 환호하며 손뼉을 쳐주었다. 곁에 섰던 내 친구들이 나를 따라 손뼉을 쳤다. 어리둥절하던 아이들이 곧 꺄아아, 소리를 질렀다. 긴 줄의 모든 아이들이 순식간에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훗날 내 아기에게 자랑을 할 것이다. “엄마는 그날 광장에 나온 아이들을 응원했어. 진짜야!” 그렇게 잔뜩 으스댈 것이다. 우리는 그날 모두 그곳에 있었다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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