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보드카레인 멤버인 안승준(38)이 최근 낸 첫 솔로 앨범 ‘커먼 프랙티스’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앨범 소개란에 뜨지 않는다. 멜론을 비롯해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음원 사이트에 음악을 유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승준은 새 앨범에 실린 5곡의 음원을 국내에선 유통사인 바이닐에만 판다. 이 곳에선 창작자들이 직접 가격을 정해 앨범 단위로, 다운로드 서비스만 제공한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안승준은 “음악을 덤핑으로 팔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묶음 상품 등으로 한 곡(700원)당 다운로드 가격이 65%까지 할인 돼 팔리는 주류 음원 사이트에 대한 반기다. 그가 택한 바이닐에는 ‘음원 할인’이 없다. 창작자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음원 유통망이 너무 제한적이고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아 신곡 홍보를 하는 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안승준은 “(음원 유통)시스템의 문제는 누가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그 시스템 밖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로 인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실리를 따진 선택”이기도 하다. 유명 음원 사이트에 음악을 헐값에 유통하는 것보다 제 값을 받고 덜 알려진 곳에서 유통하는 방법이 수익으로 따지면 더 나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CD로 접한 안승준의 새 앨범 속 화두는 죽음이다. 2014년부터 밴드 활동이 잠정 중단된 후 그가 만든 첫 곡은 ‘마이 라스트 송’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등 앨범에 실린 노래 모두 멜로디가 쓸쓸하고 어둡다. 이제 막 홀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장례식에 울려 퍼질 것 같은 곡이라니. 그는 “죽음을 생각하고 하나씩 세상에 남기는 방식으로 앨범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안승준이 음악인으로 죽음이란 화두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컸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후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에게 반복적으로 죽음을 떠올리는 일은 “두려움을 없애는 일”이란다. 상처를 마주보며 그로 인한 고통에 무덤덤해진 뒤,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남긴 우리의 비극적인 자화상이다.
안승준은 예술과 사회에 다리를 놓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함께 타는 열차’등 공공미술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곡에 담길 메시지를 정하고 작곡을 한다는 안승준은 사회 속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꽂혀 있다. 올 들어 사회 전반에 걸쳐 불 붙기 시작한 여성주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았다고. 안승준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사회를 보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해 그간 가려졌던 소리와 마음을 꺼내 연작으로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들려주기도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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