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부탁 받고 대리송금 등
서울변회 “윤리장전 위반 조사”
업계 “2년차가 혼자 정했겠나”
변호사단체가 법을 어겨가며 구치소 수용자의 심부름꾼이 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변호사들의 소속 법무법인(로펌)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포화된 법조시장에서 판ㆍ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 밀려 사건 수임을 못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변호사 윤리에 반하는 ‘집사 변호사’ 역할을 맡기는 로펌 대표들에게 ‘경고’를 주겠다는 취지다.
14일 교정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입금해주거나 책을 넣어주라는 등 수용자 H(38)씨의 심부름을 해준 P로펌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해 “‘위법행위 협조금지’를 규정한 변호사 윤리장전 제11조를 위반했다”고 올 3월 서울변호사회에 통보했다.
P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해 11월 “같은 방 수용자 A씨에게 영치금 30만원을 보내라”는 H씨의 부탁대로 송금했다. H씨가 구치소에서 물품 구입 한도를 넘기자 다른 수감자에게 돈을 보내도록 해 침낭 등 원하던 물품을 구입한 것이다. 또 H씨는 올 1월 책 보유 한도에 걸리자 변호사를 시켜 다른 수용자 B씨 앞으로 도서 7권을 보내도록 해 넘겨 받았다. 그는 다른 방보다 자신의 방에 따뜻한 물을 더 주던 C 수감자에게 변호사를 통해 50만원을 영치금으로 보내 답례하기도 했다. 교정당국은 H씨가 ‘허가 없이 수용자 외의 사람을 통해 다른 수용자에게 금원을 교부하는 행위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 20일간 독방 신세를 지게 했다.
변호사 2명의 위법 혐의 사실이 담긴 공문을 구치소로부터 넘겨 받은 서울변회는 회의 끝에 P로펌 J(50ㆍ사법연수원 23기) 대표 변호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올 4월 조사위원회에 함께 회부했다. 진상조사 결과는 다음달쯤 나올 예정이다. 이 사건의 조사 경과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일이 수용자까지 면담하며 로펌 대표도 징계 처분을 받게 할 근거를 수집하느라 조사에 6개월이나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력 2년차인 변호사가 스스로 그런 결정을 했다기보다는 윗선의 지시대로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J 대표 변호사는 재판장과의 연고관계를 내세워 사건을 수임해 과태료 징계를 받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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