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환노위원장 땐 與만 참석시켜 노동법 처리
대표 당선 후 전두환 전 대통령 방문 추진도 도마
‘추다르크(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별명)’는 왜 갑작스레 ‘청와대 앞으로’를 외쳤을까. 14일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막판에 취소해 정치권을 혼란에 빠뜨렸던 추 대표의 돌출 행동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자 제1야당 대표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는 이날 영수회담 소식에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강력 반발하자 “온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는데 제1야당 대표로서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관계자는 “촛불집회를 위해 광장에 나가보니 대통령에 대한 반발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며 “민심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책에서 얻고 있는 반사이익을 즐기고 있다는 혹평도 끊이지 않자 고심 끝에 영수회담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촛불민심이 좌지우지 하는 현 정국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면 주변 의견에 귀를 닫고 행동으로 옮겨 종종 불화를 낳았던 추다르크식 밀어붙이기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았던 시절, 야당 의원들을 뺀 채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추 대표는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회의장에서 강제로 나가게 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당 대표 당선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문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가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없던 일로 되돌린 적도 있다.
이날 영수회담 전격 철회로 추 대표는 두 달 만에 또다시 독자 행동에 나섰다가 스스로 거둬들이는 굴욕을 감수하게 됐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 당선자 시절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공정한 관리자 역할을 자임했던 추 대표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존재감 부각이라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앞으로 정치 현안들이 첩첩산중인데 제 1야당 대표 스스로 리더십에 상처를 내서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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