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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中콘텐츠 국내 진격... 한중 양방향 교류로 진화

입력
2016.11.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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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국배우 황징위의 첫 번째 한국 팬미팅은 2500석을 모두 채우며 큰 호응을 얻었다. YJ파트너스 제공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국배우 황징위의 첫 번째 한국 팬미팅은 2500석을 모두 채우며 큰 호응을 얻었다. YJ파트너스 제공

“남자답고 잘생겼어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직장인 김효미(29)씨는 들뜬 표정으로 홍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중국배우 황징위(黄景瑜)의 팬미팅을 보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 김씨는 “예매 취소 티켓을 어렵게 구했다”며 “제주와 부산, 일본에서 온 팬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혜민(23)씨는 30일 열리는 중국 상하이 팬미팅도 일찌감치 예매해놨다. 김씨는 “황징위의 팬이 된 후로 중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생겨서 음악도 찾아서 듣고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팬미팅은 2,500석을 모두 채웠다.

황징위는 두 고등학생 소년의 사랑을 그린 중국 웹드라마 ‘상은(上瘾)’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다. 황징위와 함께 주연을 맡았던 가수 겸 배우 쉬웨이저우(许魏洲)도 지난 6월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티켓 3,000장이 3분 만에 매진됐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웹드라마 '상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웹드라마 '상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웹드라마 '상은'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웹드라마 '상은'
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은 중화TV 개국 이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중국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중화TV 제공
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은 중화TV 개국 이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중국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중화TV 제공

한류(韓流)에서 한류(漢流)로

중국드라마의 인기는 체감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드라마 ‘랑야방(瑯琊榜): 권력의 기록’이 있다. 중국어권 전문채널인 중화TV에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상반기 두 차례 방영된 ‘랑야방’은 전국 평균 시청률 0.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수도권 평균 시청률 1%로 2005년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화TV에서는 시청률 0.5%만 넘겨도 소위 ‘대박’으로 여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주요 촬영지를 돌아보는 여행상품이 등장한 것은 물론 동명 원작 소설도 국내에 번역 출간됐고 모바일 게임까지 출시됐다. ‘랑야방’은 왕권을 둘러싼 남자들의 집념과 우정을 그린 무협 정치사극으로 지난해 중국 방영 당시 50개 주요 도시에서 시청률 1위에 오르며 대륙을 휩쓸었다.

중국어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화TV 시청률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435% 신장했다. 중국어 자막을 입힌 한국드라마를 방영해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와 재한 중국인에까지 시청층을 넓혔다. 최근에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임진영 중화TV 팀장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한국과도 유사성을 갖고 있고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면서 학업과 사업 등 실용적인 측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콘텐츠의 인기는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한 콘텐츠는 2014년 한 해 동안 1억8,999만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입액의 24.1%를 차지했다. 북미(2억2,905만달러ㆍ전체의 29.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12년까지 일본 콘텐츠에 밀렸던 중국 콘텐츠는 2013년부터 일본을 앞질렀고, 북미 콘텐츠와의 격차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두 지역간 수입액 차이는 2012년에 1억2,889만달러였지만 2014년에는 3,906만달러로 무려 1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영화와 방송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영화 수입액은 2012년 186만달러에서 2014년 395만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방송 수입액도 같은 기간 98만달러에서 138만달러로 늘었다. 한국의 일방적 수출 일변도에서 한류(漢流)와 한류(韓流) 간 교류로 콘텐츠 유통 양상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중국어권 전문채널 중화TV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신중한 강연쇼'. 중화TV 제공
중국어권 전문채널 중화TV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신중한 강연쇼'. 중화TV 제공

한중 관계 완화, 한류(漢流)가 계기될 수도

한류(漢流)의 급속한 성장은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서 비롯됐다. 과거 중국 콘텐츠는 촌스럽고 조악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어느새 한류(韓流)와 어깨를 견줄 만큼 발전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우수 인력 유입, 국가 정책 등을 이유로 꼽는다. 특히 13억 인구가 바탕이 된 자본력은 한국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배우 판빙빙(范冰冰)이 출연한 드라마 ‘무미랑전기’(武媚娘传奇ㆍ2014)의 총제작비는 500억원이었고, ‘랑야방’도 200억원이 투입됐다. ‘위황후전(卫子夫ㆍ2014)’의 경우 궁중 세트 제작에만 170억원을 들였다.

한국과의 합작 및 협업은 제작 노하우 축적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인력이 대거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콘텐츠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느낌표’ 등을 연출한 김영희 PD와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신우철 PD, 드라마 ‘풀하우스’의 표민수 PD 등이 중국에서 활동 중이다. 임진영 중화TV 팀장은 “드라마 1편을 2개 위성방송사에서만 동시 방영하도록 제한한 ‘일극양성’(一劇兩星) 정책 시행으로 제작 편수가 줄어든 대신 질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지난해부터 2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 드라마 제작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류(韓流)가 한류(漢流)에 잠식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자본이 한국 제작사와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하고 고급 인력의 중국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콘텐츠산업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한중 양국간 문화 교류와 문화적 다양성 확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데 한류(漢流)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류 에이전시인 YJ파트너스의 관계자는 “한국 내 중국 콘텐츠의 인기로 중국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진출을 추진하는 등 비즈니스 영역은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다”며 “한류(漢流)가 좋은 결실을 얻으면 사드 후폭풍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국배우 황징위 팬미팅에 설치된 조형물. 김표향 기자
1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중국배우 황징위 팬미팅에 설치된 조형물.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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