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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최용수는 쌈닭, 서정원은 모범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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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최용수는 쌈닭, 서정원은 모범생이더라”

입력
2016.11.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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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서글한 눈매에 반듯한 이미지.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속에 품은 열정과 승부욕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남자, 황선홍(48) 프로축구 FC서울 감독이다.

그는 지난 6일 전북 현대와 K리그 클래식 최종전 원정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비기기만 해도 지는 불리한 상황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3년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 시절 시즌 최종전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정상에 섰던 장면과 판박이였다. 14일 경기 구리에 있는 서울 클럽하우스에서 황 감독을 만났다.

황선홍 서울 감독. FC서울 제공
황선홍 서울 감독. FC서울 제공

황 감독 전임자인 최용수(45) 장쑤 쑤닝 감독은 클럽하우스 감독 방에서 이따금 담배를 피웠다. 반면 황 감독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주인이 바뀐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 대용으로 쓰던 종이컵 대신 빈 이온음료 병이 놓여 있었다. 황 감독은 “오전 훈련 때 오랜만에 땀 좀 뺐다”며 웃었다.

서울은 올 시즌 전북에 내리 네 번을 졌지만 마지막 두 번을 이겼다. 지난 달 19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고 리그 최종전 때 적지에서 전북을 잡았다. 황 감독은 “팬들을 만족시키는 축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뛰어난 경기력의 좋은 축구, 다른 하나는 기량은 조금 부족해도 열정적인 축구다. 우리가 좋은 축구로 전북을 이긴 건 아니지만 열정은 박수 받을 만 했다”고 평했다. 이어 “열정 위에 기술을 가미해 내년에는 남들이 넘볼 수 없는 축구를 완성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전북과 최종전에서 출전 경험조차 없는 신인 공격수 윤승원(21)을 선발로 내세워 상대의 허를 찔렀다. 윤승원은 전반 37분 교체 아웃 됐고 대신 들어간 박주영(31)이 후반에 결승골을 작렬했다. 황 감독은 “뻔한 카드 말고 상대를 흔들 카드가 필요했다”며 “전북은 윤승원이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도 몰랐을 거다”고 했다. 그렇다고 윤승원을 단순한 ‘미끼’로 쓴 건 아니다. 황 감독은 “바로 이 자리에서 윤승원과 미팅했다. 의향을 물으니 되바라지게 ‘출전하고 싶다’고 답하더라. 그 나이에 그런 말 하기 쉽지 않은데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정규리그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다. 그들의 2016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이벌 수원 삼성과 FA컵 결승이 남아 있다. 오는 27일 원정 1차전에 이어 다음 달 3일 홈 2차전을 치른다. 2013년 포항에서 프로축구 사상 최초 더블(정규리그ㆍ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했던 황 감독은 3년 만에 2관왕에 다시 도전한다.

과거 국가대표 간판 공격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황선홍과 최용수 그리고 서정원(47) 수원 삼성 감독의 관계가 재미를 더한다. 황선홍 포항, 최용수 서울 감독은 맞붙을 때마다 피 말리는 승부로 화제를 낳았다. 또 포항은 과거 수원에 연전연패하며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지만 황 감독이 부임한 뒤 천적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번 FA컵 결승은 3명의 지도자가 펼쳐온 라이벌전의 완결판인 셈이다.

포항과 서울 사령탑 시절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쳤던 황선홍(오른쪽)과 최용수. 최용수 감독이 지난 6월 중국으로 떠나면서 황 감독이 서울 감독을 이어받는 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사진은 작년 말 황 감독의 포항 고별전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과 서울 사령탑 시절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쳤던 황선홍(오른쪽)과 최용수. 최용수 감독이 지난 6월 중국으로 떠나면서 황 감독이 서울 감독을 이어받는 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사진은 작년 말 황 감독의 포항 고별전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황선홍(왼쪽)과 서정원. 이들은 올해 서울과 수원을 각각 이끌고 FA컵 결승에서 격돌한다. 사진은 지난 8월 슈퍼매치 기자회견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가대표 공격수 황선홍(왼쪽)과 서정원. 이들은 올해 서울과 수원을 각각 이끌고 FA컵 결승에서 격돌한다. 사진은 지난 8월 슈퍼매치 기자회견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후배 사령탑에 대해 황 감독은 “완전히 다르다. 최용수가 싸움닭이라면 서정원은 법 없이도 살 모범생이다”고 미소 지었다. 이들과의 전쟁 같은 승부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황 감독은 “최 감독을 이기려고 밤새 고민하며 발전했다. 또 내가 포항에 가기 전 수원에 워낙 약해서 설욕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이후 거의 진 적이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느낌이다”고 돌아봤다.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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