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쪼개졌다.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는 14일 친박계만 남은 최고위원회의를, 독자행보를 걷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당 해체를 결의한 비박계는 임시정부 성격인 비상시국위원회 첫 준비모임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비박계 주도의 비상시국회의에서 결의한 당 해체 추진과 관련해 “해체한다, 탈당한다, 당을 없앤다는 말은 자제해달라”며 전날에 이어 거듭 되받아쳤다. 당 안팎에서 그간 쏟아진 즉각 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조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당을 대혁신 해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다시 받도록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때까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날 이 대표는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대 개최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내각이 안정되지 않더라도 (조기 전대 한 달 전인) 다음 달 21일에는 사퇴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당헌에는 대표 궐위 시 60일 이내에 조기 전대(임시 전대)를 개최하도록 돼있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밝힌 조기 전대 시점으로부터 전대 준비에 최소한 한 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시한 날짜 같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뒤 ‘질서 있는 국정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따로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거국내각 구성 협의체’를 정국 수습안으로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은 국정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며 “국회는 예측 가능한 정치일정과 위기수습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역시 따로 회의를 열었다. 전날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한 황영철 의원은 이날 비상시국위원회 준비모임 뒤 브리핑에서 “당의 지도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회의 형태로 비상시국위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상시국위에서 당 해체 후 재창당 등의 절차 역시 밟아나갈 예정이다. 황 의원은 이 대표의 조기 전대 주장과 관련해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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