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ㆍ야당 반대여론에도 가서명 강행
한달 전 “국민 지지 때 추진”
어제는 “군사적 필요성 우선”
미국의 압박說 등 의혹 무성
정부 이달 중 정식 서명 전망
野 “韓 국방 탄핵 등 추진” 반발
정부가 14일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가서명해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GSOMIA 체결을 위해선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던 한민구 국방 장관이 말 바꾸기까지 하며 강행한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일본 도쿄의 일본 외무성에서 양국 외교ㆍ국방 과장급 실무자들이 참석한 3차 실무회의를 가진 뒤 GSOMIA에 가서명했다. 지난달 27일 GSOMIA 논의 재개를 발표한 후 1일 도쿄에서 1차 회의, 9일 서울에서 2차 회의를 거친 후 18일만에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이다. 정부는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이 달 중 정식 서명할 전망이다. 이번 협정은 양국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정보 등을 구두로도 교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교환 가능한 비밀등급은 2, 3급으로 한정했다.
우리 정부는 32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지만, 일본과의 협정 체결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 및 일본 자위대 역할 확대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한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GSOMIA 체결 배경에 대해 “군사적 필요성도 있고 여러 정치적 상황도 있고 일본과의 관계도 있는데, 군은 군사적 필요성이 우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이라는 군사적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2012년 밀실 추진 논란으로 무산된 SOMIA에 대해 국민의 이해 등 환경 조건이 선행되면 추진하겠다는 그간의 정부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 장관도 불과 한달 전인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추진한다는 뜻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예,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GSOMIA 체결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5.8%로 반대한다는 답변(47.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기존 입장 대로라면 GSOMIA를 체결할 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장관은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민 동의가 전제조건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말을 바꾸며 GSOMIA 체결을 서두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하다.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GSOMIA 체결이 재추진 돼 미국의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그러나 “SCM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분명히 경고했는데도 한민구 장관이 이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한 장관의 해임 건의 또는 탄핵소추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행태”라고 반발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는 야당이 제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중단촉구 결의안' 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