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상선보다 조건 우수”
노조 “직원 고용승계 기대” 반겨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 영업권을 현대상선이 아닌 대한해운이 인수한다. 대한해운을 계열사로 거느린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제2 원양선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지만, 현대상선은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과 치킨게임이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14일 한진해운의 미주ㆍ아시아 노선 자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M그룹 계열사인 대한해운을 선정했다. 법원은 “대한해운이 입찰가와 고용승계 등의 항목에서 현대상선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며 “예비협상대상자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은 21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28일까지 잔금을 납부하면 SM그룹은 벌크 전문 선사인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 인수에 이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넘겨받게 돼 종합 해운기업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대한해운은 영업권 이외에 한진해운의 마지막 알짜 자산인 미국 서부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도 확보 했다. 공고 당시 한진해운의 매각 자산은 선박 5척과 인력, 7개 해외 자회사 등을 합쳐 약 1,000억원 규모로 알려졌지만, 법원은 입찰자가 원할 경우 롱비치터미널 지분도 인수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3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는 롱비치터미널은 롱비치항 내 최대 규모이고, 미국 서부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책임진다. 한진해운은 터미널 운영사(TTI)의 지분 54%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2대 주주인 스위스의 대형 해운사 MSC 소유다. 다만 MSC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해운의 한진해운 지분 인수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를 위해 입찰에 뛰어들었던 현대상선은 “법원 결정을 존중하지만 대형 선사들의 인수 합병과 운임 경쟁이 지속되고 있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개선과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고, 추후에 인수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대한해운의 인수를 반겼다. 이미 미주 노선을 운영 중인 현대상선보다 컨테이너선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대한해운이 고용승계 측면에서 보다 유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용승계 가산점이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육상직원 300명을 포함해 최대 700명의 고용승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우량 자산의 현대상선 인수를 추진했던 금융당국은 “한진해운 미주 노선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것과 중복돼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현대상선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만한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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