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예전처럼 성대한 회갑잔치를 보기 어려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 회갑을 맞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은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하는데, 0~14세 유소년 인구인 13.9%를 곧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오래 사는 것은 동서고금에 걸쳐 모든 인간의 꿈이었다. 과거에는 장수가 온 마을 사람이 축하하는 경사로 취급됐지만, 요즘 노인빈곤, 노인우울, 노인학대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느낌이다.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의료기술 발전의 과실인 수명 증가를 즐겁게 누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노년을 즐기려면 노인 스스로 노력하고 이에 더해 의료계와 정부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선 노인 스스로는 본인의 몸과 건강에 대해 자주성을 가져야 한다. 필자를 찾는 환자 중에서 무슨 병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물으면 자녀나 보호자에게 대신 물어보라고 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심지어 현재 불편한 증상마저 보호자에게 설명하라는 환자도 있다.
주변에 기대지 말고 본인이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만성질환 관리의 첫걸음이다. 그 과정에서 특정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의 신체ㆍ정신적 기능을 파악하고, 사회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노인병 전문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또한 친구가 몸에 좋다며 무턱대고 건네주는 보약, 기능식품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으니 피해야 한다. 오히려 주 3~4회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의 근력 운동 및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노인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 적은 고기 섭취가 습관이 되어, 단백질 섭취량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운동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본인 입장을 친구나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합리적 의사결정이 힘들어질 때도, 본인 주관과 인생관에 의해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의료계는 중복이환, 노쇠, 근감소증, 섬망 및 낙상 등의 노인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능력을 의대에서부터 교육해야 한다. 고령사회 이전에 교육을 마친 기존 의사들에게도 노인질환의 특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는 말처럼 노인은 단순히 나이든 어른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60세 고령인의 기대수명은 24년이나 이 가운데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하는 기간은 18.3년에 불과하다. 즉, 생애 마지막 5.7년은 질병으로 인해 주변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는 생산가능인구 5.5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 중이나,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겹쳐 이 비율은 빠른 속도로 낮아질 것이고, 사회 및 정부의 부담은 매우 커질 것이다. 정부도 노인질환과 건강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 예산을 늘리고, 노인병 전문 의사의 지위 보장과 장기요양기관의 질 관리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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