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모두 시들고/ 하늘은 잿빛으로 흐리네/ L.A.에 있다면 안전하고 따뜻할 텐데/ 이 추운 겨울날 캘리포니아를 꿈꾸네’ 마마스 앤 파파스가 1960년대 히피를 대변해 인기를 끌었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의 한 구절이다. 전쟁과 흑백 차별로 신음하던 시절 캘리포니아는 풍요와 자유의 땅으로 여겨졌다. 떠나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젊은이의 애환, 뉴욕의 나뭇잎은 흐리고 칙칙해도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평화로울 것이라는 동경을 그린 노래다. 히피 문학에서 캘리포니아가 이상향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 캘리포니아는 엄청난 땅이다. 한반도 2배 면적으로 미국 50개 주(州) 중 가장 크고, 경제규모(GDP)는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큰 세계 6위 대국(?)이다. 선거인단도 55명으로 다음으로 많은 텍사스(38명)보다 월등하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는 하나의 주가 아니라 국가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자유와 이상, 평등이라는 정치ㆍ문화적 소양도 다른 연방과 뚜렷이 대비된다. 연방 재정에 기여하는 것에 비해 과도한 규제와 정치적 소외를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도 크다.
▦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캘리포니아를 독립시키자는 ‘칼렉시트(Calexit)’ 바람이 거세다.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연방 탈퇴 여부를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가 그렇지 않아도 텍사스와 함께 독립을 시도할 유력한 두 곳 중 하나로 여겨져 온 캘리포니아의 이탈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61.5%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반 트럼프 움직임은 캘리포니아뿐이 아니다. 선거 다음 날부터 시작된 트럼프 반대시위는 미국 전역 주요 도시에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농촌 소도시로까지 번지고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이민 웹사이트는 한때 접속 폭주로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 자신이 찍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라면 지금 미국은 반민주주의가 횡행하는 꼴이다. 분리 독립을 시도해도 주의 연방 탈퇴를 금지한 연방대법원 판결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가 기성정치 반발, 반 클린턴 정서를 업고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라면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의 비민주성에 대한 반대라면 오히려 민주주의의 회복이라고 해야 하나.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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