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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덜컥 제안 14시간 만에 백지화… 정국 주도는커녕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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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덜컥 제안 14시간 만에 백지화… 정국 주도는커녕 헛발질

입력
2016.1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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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만류에도 한광옥 비서실장에 직접 전화해

긴급의총서 의원들 불만 봇물 독단적 결정에 반대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남서도 철회 요청… 백기투항

당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교감설도 제기

지난 9월 12일 청와대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회담에서 박 대통령(오른쪽)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9월 12일 청와대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회담에서 박 대통령(오른쪽)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격 내던진 영수회담 제안 카드는 당 내부는 물론, 야권과 시민사회 반발에 부딪혀 14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추 대표가 당내 공식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나머지 야당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데 대한 ‘예고된 참사’였다. 추 대표는 “단독 회담인데 왜 독단이라고 뒤집냐”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러나 엄중한 시국에 제1야당 대표가 정국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오전 8시10분 추 대표가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전격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물론 야권은 발칵 뒤집혔다. 신창현 대표 비서실장을 비롯해 당 지도부는 금시초문이라며 진위를 알아보느라 분주했다.

실제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깜깜이’ 그 자체였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전해철 최고위원 등이 선언적 차원에서 영수회담을 압박카드로 고려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추 대표는 이날 오전 6시30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덜컥’ 회담을 제안했다. 밤 사이 추 대표와 통화를 나눈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와 다른 야당과의 사전 조율이 전제돼야 한다며 “펄쩍 뛰며 절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추 대표는 무시하고 강행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당내에선 그간 추 대표가 친문(친문재인) 지도부의 대표로 활약해온 만큼, 이번 무리한 영수회담 추진에 문 전 대표측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전 9시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 요청 사실을 공식 발표한 추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지도부 의원들에게 “제1당 대표가 이 정도도 못하냐”고 반문하며 ‘일단 믿어달라’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야권 분열을 획책한 청와대의 노림수에 말린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고, 청와대와 여권 역시 기다렸다는 듯 반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통령의 검찰수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국 수습에 나선다는 모양새만 만들어주고 야3당 공조를 깨트렸다는 시각에서다. 당장 청와대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도부와의 면담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릴레이 회동이 가능하다는 기류를 내비쳤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뒤늦게 민주당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우상호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의 오찬 간담회에 이어, 오후 4시에는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의총에선 일단 이번 양자회담 카드가 청와대에 놀아나는 명분이 아니라는 걸 진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에 논의 끝에 오후 5시20분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영수회담에서 ‘정치적 딜’에 나설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이후 꾹 참아 왔던 불만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의총장은 ‘추미애 성토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추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 과정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영수회담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취소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공당의 체면을 고려해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극히 소수였다고 한다. 강창일 의원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만난 격으로 대다수가 반대한다”며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인지 목적이 불분명하다. 가서 악수하려고? 신문에 크게 나려고? 돌출행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추 대표를 맹비난했다.

다수 의원들은 “대표가 실수를 했으니 본인이 사과하고 정정하면 된다”고 추 대표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추미애 체제로 전선이 세워지겠냐”며 추 대표의 퇴진 요구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적인 퇴진은 아니더라도, 임시 지도부로 정국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그 사이 추 대표는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 인사들과 1시간 동안 만나 영수회담을 철회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추 대표는 결국 백기 투항했다.

추 대표는 오후 7시15분부터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영수회담 제안 철회’결심을 굳힌 뒤 비공개 의원총회를 거쳐 8시30분 공식 발표했다. 추 대표는 의총에서 “당론으로 퇴진을 정했고, 시민사회가 적절치 않다고 하니, 단합을 위해서 제안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 사태를 보면서 웃음 지을 사람은 청와대 밖에 없지 않겠냐”고 씁쓸해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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