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가 수십 가지 의미로 쓰이는 것처럼 ‘I don’t know’도 억양에 따라 여러 가지로 쓰인다. 만화에서 소개하는 Donno는 don’t know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지만 I can’t remember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 don’t know’의 세 단어 중에서 I를 힘주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어구에는 양 손바닥을 내보이고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가 따른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릅니다’와 같은 formal response를 배우고 예삿말로 ‘몰라요’, ‘잘 몰라요’, ‘잘 모르겠어요’ 등의 차이를 배운다. 좀더 캐주얼 상황에서는 ‘몰라’, ‘모르겠어’도 있는데 이런 상황은 영어로 ‘Dunno’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
영어에서도 상황에 따라 응답이 달라지고 formal이나 casual 표현인지에 따라 말투가 다르다. ‘난 정말로 모르는 일입니다’의 뜻으로 말할 때에는 ‘I have no idea’, ‘I haven’t a clue’ 혹은 ‘I haven’t the faintest idea’, ‘Your guess is as good as mine’ 모두 유사하게 사용한다. 좀더 강하게 부정하며 ‘그걸 난들 어찌 알겠습니까?’의 뜻으로 말할 때는 ‘Who knows!’, ‘How should I know?’, ‘Don’t ask me’, ‘Search me’, ‘It beats me’ 모두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It’s anyone’s guess’는 누구나 짐작만 하고 알 길이 없음을 강조한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때는 ‘Not as far as I know’도 쓰인다.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I’m not sure’나 ‘I’m unsure’ 역시 자주 듣는 말이다.
‘I don’t know’는 억양이 중요한데 성의 없이 말하면 ‘덤덤하고 매정한 답변’처럼 들린다. 가령 길가는 사람이 몇 시냐고 묻는데 I don’t know라고 대답한다면 질문자가 더 황당해할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정중한 응답은 ‘I’m sorry, but I don’t know’다. 관용구 표현이랍시고 ‘God knows(=nobody knows)’를 남발한다면 돌출적인 답변이 된다. 친한 사이일수록 쉬운 말은 더욱 신경 써서 답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I don’t know’는 더욱 그렇다. 특히 직장 동료가 뭔가를 물었을 때는 응답 요령이 중요하다. 젊은층에서는 ‘Hey, what up, buddy?’라고 묻고 ‘I don’t know’로 대답하는데 질문자나 응답자 모두 친한 사이에 가능한 대화다. 역시 격의 없는 사이에 쓰는 말 중에는 ‘Heck if I know’(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I’m stuck’(어휴 모르겠다)처럼 말하기도 하고 ‘I don’t know, I’m not a Doctor’(내가 의사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처럼 냉소적으로 응답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좀더 성의 있는 응답은 ‘I’m not sure. I’m the best person to answer that’(제가 응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Here’s what I can tell you’(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Here’s what I know, and here’s what I don’t know’(저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있는데요) 등이다. 좀더 간단하게 ‘Let me check on that’(제가 알아보지요), ‘I’ll find out and let you know’(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That’s a really good question, I’ll find out’(좋은 질문이신 데요, 알아보겠습니다)은 모두 같은 의미의 성실한 응답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