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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이병헌 "너무 힘든 현실에 휴식 같은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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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이병헌 "너무 힘든 현실에 휴식 같은 영화로"

입력
2016.11.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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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빈(왼쪽부터)과 이병헌 강동원이 14일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배우 김우빈(왼쪽부터)과 이병헌 강동원이 14일 영화 ‘마스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재명 인턴기자

지난해만 해도 재벌기업과 정치인, 검사로 이어지는 권력형 비리의 폭로자였다. 그런 그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전혀 다른 두 역할을 맡은 이는 배우 이병헌(46)이다. 그가 청춘스타 강동원 김우빈과 주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마스터’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병헌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마스터’ 제작보고회에 조의석 감독 강동원 김빈우과 모습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지난해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자들의 하수인이었다가 배신 당한 뒤 복수의 칼을 가는 깡패 안상구로 폭로의 스릴을 선보였는데, ‘마스터’에선 악역의 극치를 보여주게 된다.

이병헌은 “이렇게 뼛속까지 악역은, 밑도 끝도 없는 나쁜 역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8년 만에 맡는 악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로봇 T-1000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병헌은 “터미네이터는 사람이 아니니까”라며 슬쩍 웃어넘겼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과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김재명(강동원),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박장군(김우빈)이 그리는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영화의 면면만 보면 무척이나 화려하다. 충무로를 이끌고 있는 톱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동했고, 3년 전 5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감시자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의석 감독까지 합류했다. 제작초기 단계부터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유다.

쏟아지는 관심이 출연 배우까지 긴장하게 만들었을 만하다. 이병헌은 “진 회장 캐릭터를 조 감독과 함께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을 이해하는 데 내 스스로에게도 설득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뼛속까지 나쁜 사람은 일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범 진 회장 역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최재명 기자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범 진 회장 역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최재명 기자

이병헌은 외모에도 큰 변화를 줬다. 진 회장으로 변신하기 위해 백발로 염색을 하고 수염도 길렀다. “보통은 캐릭터의 외모는 분장팀, 감독과 함께 한 두 번 만나서 결론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는 네 번 정도 만났어요. 최종적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머리카락을 흰색으로 가보자는 것이었죠. 어차피 진 회장이라는 캐릭터는 사람을 대할 때마다 다른 말투나 행동을 하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도 그런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설정을 했죠.”

흰 머리의 숱이나 수염 길이의 정도 등 세세한 부분도 고민했다. 이병헌은 “안상구(‘내부자들’)가 20년의 세월이 흘러서 시대마다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 진 회장은 자신이 의도해서 변신을 꾀한 것이라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백발로 염색을 하는 등 외모에 변화를 꾀하며 사기꾼 진 회장을 연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백발로 염색을 하는 등 외모에 변화를 꾀하며 사기꾼 진 회장을 연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 감독도 이병헌의 열정에 감탄했다. 조 감독은 ‘마스터’를 연출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줄었다고도 전했다. 조 감독은 “영화 속에서 진 회장이 연설을 하는 장면이 두 번 있는데, 그 연설문 때문에 (이)병헌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러다 보니까 살이 많이 빠졌다”고 밝혔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연설문 자체가 깊이 있는 구성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병헌이 중요 장면으로 꼽히는 연설하는 대목에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감독을 설득했다고. 조 감독은 “독기가 오르더라”며 “(이병헌의 조언이)너무 자극이 됐다. 오히려 내가 유치하게 접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연설문을 쓴다는 게 정말 힘든 작업이구나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주목된 최순실씨의 관계를 꼬집는 듯했다.

이병헌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속에서 이 영화가 말하는 것도 어쩌면 (현)사회를 반영하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사회 문제)그것을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굉장히 큰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의도된 지점도 있습니다. 힘든 현실이지만 조금이나마 휴식이 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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