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1000명… 일반 시민은 지난해 10% 불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일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일반시민들의 거의 참석하지 않은 채 썰렁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사)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숭모제엔 김관용 경북도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새누리당 백승주(구미갑)ㆍ장석춘(구미을) 의원, 박사모 회원, 일반인 등 1,000명 가량이 참석했다. 구미시는 전날까지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념식장에 1,300개의 의자를 깔았지만 절반 가량이 빈자리로 방치됐다.
참석자 전체 수는 지난해 절반 정도로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론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김모(70)씨는 “작년엔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석한 일반시민들이었는데, 올해는 대부분이 박사모 등 특정 단체 소속”이라며 “일반 시민만 따지면 지난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가에서 숭모제를 지낸 주최측은 인근 기념공원 특설무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알리는 영상물 상영과 기념사, 축사, 기념공연을 했다.
남 시장은 기념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며 “내년 100주년은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기념사업을 계획 중”이이라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지사도 축사를 통해 “나라가 어려운 지금 현명하게 대처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자”며 “우리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도력과 청빈의 정신을 살려 현재 상황을 슬기롭게 넘기자”고 말했다.
최근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종전 숭모제 때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리던 비를 멈췄다”, “아버지 대통령 각하”와 같은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 1인 시위대 무차별 폭행
라이브방송 보고 달려온 시민들 지원 사격
숭모제와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행사장 입구 등에서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1인시위대와 일부 참석자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70~80대 고령의 참석자들은 1인시위대를 향해 폭언과 함께 밀치거나 피켓을 빼앗았고,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급하게 택시를 타고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3건(8명)이던 1인 시위는 7건으로 불어났다.
이날 오전 10시쯤 행사장 앞 주차장에서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있던 회색 후드티 차림의 여성이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머리를 맞고 피켓을 뺏기는 등 폭언ㆍ폭행을 당했다. 참석자들은 “너는 부모도 없냐. 잔칫날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호통을 쳤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여성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차에 의해 피신했다.
또 아기를 안고 1인 시위를 하던 여성도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빨갱이”, “김정은이 시켰냐” 등 폭언을 들어야 했다. 이 같은 장면은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으로 고스란히 생중계됐고, 이를 본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타고 달려와 지원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노조원 6명과 참석자들이 충돌, 노조원 2명이 얼굴에 피를 흘리고 손등에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5명이 한 장씩 ‘박근혜 퇴진’을 들고 시위하던 중 박사모 조끼를 입은 참석자 등이 몰려와 폭행했고, 경찰이 출동한 끝에 겨우 떼어놓을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는 매년 구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추모제(10월26일)와 탄신제(11월14일)를 열고 있다. 구미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탄신제와 추도식에 쓴 돈은 모두 5억3,000여 만원을, 이번 숭모제에도 6,000만 원을 지원했다.
구미=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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