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주권자인 국민은 100만 촛불집회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국가의 주인이 대표에게 위탁한 권력을 회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진이나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 2선 후퇴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상시국을 푸는 방안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 등의 권한을 제외하고 모든 권력을 국회 추천의 거국 내각총리에게 이양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내정을 담당할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에게 외치를 맡기는 모순과 현행 헌법에서 총리에게 전권 이양이 가능하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헌법 86조 2항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설사 국회가 추천했다고 해도 선출 권력이 아닌 총리가 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비상시국에서 정치적 합의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헌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헌법에 의한 정치를 의미하는 헌정주의적 관점에서는 100% 정당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둘째, 박 대통령이 제안한 방안으로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보장해 주는 총리 카드’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야당이 거부했다. 헌법 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3항에서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각 통할권은 헌법 조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권이 대통령의 2선 후퇴의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의 국회 추천 총리 카드를 받을 수 없는 이유이다.
셋째, 질서 있는 퇴각을 위한 수순이다. 즉각적인 하야로 인한 60일 이내 대선 시행이라는 부담을 보정하기 위하여 하야 로드맵을 미리 제시하는 해법이다. 하야의 시기를 약속하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맞춰 2월께 퇴진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권력의지로 볼 때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넷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탄핵 절차를 밟는 길이다. 야당은 ‘하야나 퇴진 등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직접적인 탄핵 거론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로 즉각적 하야다.
최순실씨는 국정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 최종 수사 결과는 아니지만 제기된 정황이나 구속된 청와대 참모들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몸통이자 배후다. 여전히 야당 일각의 해법인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의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은 선출되지 아니한 권력의 국정 장악이라는 면에서 지속하기 어려운 체제다.
지난 주말 위대한 ‘광장 민주주의’는 헌법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최고 권력자의 소환을 명령했다. 탄핵이라는 헌법상 절차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이는 헌정의 중단이 아니다. 가능하면 탄핵을 피하고 정치적 책임만 지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국정에서 물러날 마음이 없는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구 국회가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헌정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행이다. 그래서 부결된다면 이도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어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으므로 대선 주자들은 선거를 준비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탄핵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여전히 모호한 태도다. 1987년 민주 진영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도 그해 말 13대 대선에서 군부 세력에게 대권을 내줘야 했다. 대통령과 공범인 집권당이 탄핵을 거론하고, 야당은 몸을 사리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민심에 답하지 않는 정당은 집권이 불가능하다. 국필자벌 이후인벌지(國必自伐 而後人伐之ㆍ나라가 스스로 무너진 이후에야,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무너뜨린다). 맹자 말씀이다. 오늘 우리가 새겨야 할 말이다.
최창렬 용인대 중앙도서관장ㆍ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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