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습관, 가족형태 등에 편차 커
빈곤층도 일반 가구보다 의존 높아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려 아무리 굳게 마음 먹어도 잠시 후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고독감, 외로움, 상실감이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스스로를 멸시하다 보면 결국 또 술에 의지하게 된다.”(알코올중독 50세 남성 A씨)
“알코올중독을 겪는 사람은 대개 이혼 경험이 있다. 이들 중 1인가구가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은 (가정폭력 등으로) 자녀와 소원한 경우가 많다.”(사회복지사 B씨)
저소득가구나 한부모 또는 조손(祖孫)가구의 구성원은 일반 가구에 비해 술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저소득층의 지나친 음주 행태에는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중앙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 정슬기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보건복지부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음주 습관은 가족 형태, 가구 소득, 취업 여부 등에 따라 편차가 컸다.
연구팀이 한국복지패널 9차 조사(2014년)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부자(父子)가구 중 문제적 음주 습관(상습과음, 남용, 의존)을 지닌 구성원이 있는 비율은 29.6%로, 일반 가구(19.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양친이 없는 가구(조손ㆍ소년소녀가장 가구)도 이 비율이 25%에 달했다. 모자(母子)가구는 이보다 낮은 14.3%였지만, 이 중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는 ‘의존’ 비중은 5.4%로 일반 가구(4.3%)보다 높았다.
중위소득 60%를 빈곤 선(線)으로 봤을 때 소득이 그에 못 미치는 빈곤 가구의 알코올 남용 및 의존 비중은 2.4%, 4.7%로, 일반 가구(1.9%, 4.2%)보다 각각 높았다. 가구주가 실업 상태인 가구 역시 해당 비율이 2.5%, 6.8%로, 가장이 직장에 다니는 가구(2.2%, 3.4%)보다 높았다. 물질적 어려움을 자주 경험했거나 빚이 많은 가구 역시 몸을 해치는 음주 비중이 높았다. 집안 살림이 팍팍할수록 술에 기대는 경향이 강한 셈이다.
반면 연구팀이 설정한 빈곤 선보다도 낮은 저소득층에 적용되는 기초생활보장(중위소득 50% 이하) 수급 여부는 문제적 음주 습관과 통계적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빈곤은 단지 재화의 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남들과 비교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느끼는 것이고, 이러한 상대적 빈곤감이 음주나 건강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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