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사단’ 검찰 내 인맥 통해
롯데 압수수색 정보 입수 후
최순실 측에 흘러갔을 수도
‘정윤회 문건’ 허위 판단했지만
비선실세 의혹 사실로 드러나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우병우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한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치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우 전 수석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 확보한 자료들과 우 전 수석 부부의 휴대폰을 분석하며 그의 최순실 게이트 책임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가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수족처럼 부리며 국정을 농단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우 전 수석은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 중 하나는 지난 6월 10일 검찰이 롯데그룹 압수수색에 돌입하기 전에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강제로 받아낸 기부금 70억원을 돌려준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다. 롯데그룹 수사와 같은 중요 수사 정보는 일선 검찰청에서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전달되는 것이 통상적이고, 우 전 수석이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수사정보가 어떤 식으로든 최씨 측에 흘러 들어가 ‘70억 반환’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려면 롯데 수사팀과 대검과 법무부의 보고라인, 또는 검찰 관계자의 사적인 보고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 수사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시 문건에서 제기된 의혹은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61)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보좌진과 만나 국정에 개입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전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었다고 볼 여지가 생겼다. 그런데도 당시 검찰은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한 혐의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전 경정만 기소하고, 문건 내용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냈다. 이렇게 사건을 수습한 공로로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에 올랐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검찰 역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 결론을 내렸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정윤회 게이트’ 당시 문건유출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한일(46) 전 경위의 폭로도 우 전 수석을 가리키고 있다. 한 전 경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압수당한 내 휴대폰에 최순실씨 관련 정보가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청와대는 물론 검찰도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셈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당시 최순실의 국정개입 여부를 수사할 구체적 단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정윤회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비선실세의 정체가 드러났을 것”이라며 “정윤회 사건의 수사 담당자뿐 아니라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도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