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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줄소환에 착잡…투자 위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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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줄소환에 착잡…투자 위축 우려도

입력
2016.1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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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관련 정경유착 조사

“준조세 없앨 방안 나왔으면…”

전문가들 “처벌 수위 높여야 근절”

“지금은 시계 제로(O)다.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돼 조사받은 것에 대해 한 재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칼날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그룹 오너들을 직접 겨냥하자 해당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더 커진 데에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기업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LG) 최태원(SK) 조양호(한진) 손경식(CJ) 회장 등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전날엔 정몽구(현대차) 김승연(한화) 회장과 김창근 SK수펙스 의장 등을 불러 박 대통령 독대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확인했다. 지난 11일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밤샘 조사를 받았다.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도 귀국하는 대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된 것은 2003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이후 12년 만이다. 재계로선 불명예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책임 경영에 나선 지 한 달도 안 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은 지난 2008년2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지 8년 만이다.

정 회장의 검찰 출석은 지난 2006년4월 1,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 받은 후 10년 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건은 참고인 신분 조사로 10년 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한 김 의장과 오너인 최 회장이 모두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만큼 그 전인 지난해 7월엔 박 대통령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소환됐다.

구 회장은 LG 창립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총수가 됐다. 지난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이 구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직접적인 소환 조사는 없었다. 부정과 연루된 적이 없는 LG란 평판도 손상됐다.

조 회장은 독대 명단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를 받았다.

권 회장은 그룹 회장으론 유일하게 포토라인에도 서야 했다.

각 기업들은 총수들의 줄소환이 경영에 미칠 악영향과 반기업 정서의 확산을 우려했다. A그룹 관계자는 “올해 사업 마무리는 고사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 인사나 투자 계획, 인수ㆍ합병 등을 포함한 내년 사업 전략 등을 전혀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B그룹 관계자도 “참고인 자격이긴 하지만 오너가 검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으며 사실상 모든 게 멈춰 섰다”고 전했다. C그룹 관계자는 “해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전경련과 한 묶음이 돼 비판 받으면서 반기업 정서가 커지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권 말기마다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수사 당국의 ‘기업 때리기’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D그룹 관계자는 “정권 초기 소위 실세들이 부탁을 하는데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기업들의 준조세를 없앨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고착화한 정경유착 단절을 위해선 지금 보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기업들도 전 근대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기업들도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돈을 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뿌리 깊게 형성된 정경유착을 해결하기 위해선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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