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크리스티 제치고 위원장
부위원장에 기성 정치인들 포진
집행위 16명 중 4명은 ‘패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에 워싱턴 기성 정치인과 로비스트, 트럼프 패밀리가 대거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패 기득권 청산을 부르짖으며 ‘아웃사이더’이미지로 당선된 트럼프가 워싱턴 주류에 편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11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위원장으로 하고 부위원장 6명, 집행위원 16명으로 구성된 인수위 인사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가 공식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각 부처 국장급을 비롯해 임용직 3,700여명을 교체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부위원장에는 트럼프의 측근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 등이 줄줄이 부위원장 직을 꿰찼다. 대부분 공화당에 오래 몸담았던 ‘올드 보이’ 정치인들로, ‘워싱턴 주류와 거리를 두겠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이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지 언론들은 특히 대선 기간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부위원장으로 강등되고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위원장으로 발탁된 점에 주목했다. 펜스 부통령은 공화당 주류 정치인으로 일찌감치 공화당과 백악관의 가교 역할로 중용 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맏딸 이방카(35)의 남편이자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35)가 크리스티를 내쳤다는 설도 파다하다. 크리스티는 검사시절 쿠슈너의 아버지를 조세 회피와 불법 선거자금 기부 등의 혐의로 구속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족벌정치ㆍ주류 편입 비판 제기
고액 후원자 영입엔 ‘보은’ 논란도
특히 인수위에는 트럼프의 가족들이 대거 포함돼 실세 ‘트럼프 패밀리’의 막강한 영향력을 짐작케 했다. 집행위 16인 가운데 4명이 트럼프의 전폭적 신뢰를 받는 이방카와 남편 쿠슈너, 장남 트럼프 주니어(39)와 차남 에릭(23)에게 돌아갔다. 앞서 트럼프의 자녀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며 때아닌 ‘족벌(族閥) 정치’ 논란도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자녀들이 인수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관계의 상충을 일으킨다”며 “그들은 향후 4년간 트럼프가 하던 사업을 이어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의 고액 후원자들도 인수팀에 포함되며 ‘보은성 인사’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집행위의 일원인 레베카 머서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아버지 로버트와 함께 1,550만달러(약 180억원)를 트럼프에 기부한 큰손이다. 트럼프 캠프에서 선거 모금을 진두 지휘한 골드만삭스 출신 헤지펀드 투자자 스티븐 너친과 트럼프 대학이 사기죄로 고소됐을 정치 후원금을 받고 뒤를 봐준 의혹을 받는 팸 본디 플로리다주 검찰총장도 집행위에 포함됐다.
로비회사가 밀집한 K스트리트와 금융자본이 즐비한 월스트리트 관계자들도 대거 인수위에 영입됐다. 연방통신위원회(FCC) 간부 인선에 참여하는 제프리 아이제나흐는 미국 굴지의 통신회사인 버라이즌 등을 위해 일한 로비스트다. 전미철도협회(AAR)의 이익을 대변하던 로비스트 마틴 휘트머는 인수팀의 교통ㆍ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참여한다. 월가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출신 제이비드 맬파스도 인수위원으로 영입됐다. 이에 WP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로비스트와 월가를 강력히 규제해 ‘워싱턴의 오물을 빼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며칠 만에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와 WP는 로비스트들이 정권 인수위에 참여한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트럼프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한편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에드윈 풀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드윈 미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 등 보수 세력의 대표 싱크탱크 출신들도 줄줄이 인수위 테이블에 앉게 됐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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