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비리 사건 여러모로 닮은꼴
권력자 등에 업은 측근들 전횡
국정ㆍ시정ㆍ인사 개입 ‘판박이’
친척들 부정 연루 의혹까지 비슷
박통ㆍ尹시장 대응 방식도 빼닮아
요즘 지역 정치권과 관가에선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묘한 기시감(데자뷔)을 느낀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두 달 전 검찰에 구속된 윤장현 광주시장의 비선실세인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 김모(62)씨 비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두 사건은 국정과 시정이라는 배경에서 전해지는 무게감은 다르지만 권력자를 등에 업고 측근들이 전횡을 저질렀다는 점 등 여러모로 닮은 점들이 많다.
우선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씨와 김씨는 국정과 시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게 비슷하다. 관급공사 수주 청탁을 대가로 3개 건설업체로부터 6억6,0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검찰에 구속된 김씨는 윤 시장 취임 직후부터 시 산하 기관장 및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김씨의 시정 개입설도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 9월 김씨 비리와 관련, 광주시의 7개 실ㆍ국을 압수수색한 것도 김씨가 얼마나 폭넓게 시정에 개입해 왔는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김씨의 컴퓨터엔 광주시정과 관련된 문건이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시가 발주한 물품 납품 등 각종 계약업무에도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도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씨가 청와대 문건을 미리 보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품 구입 등에도 개입해 온 징후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점과 유사하다.
박 대통령과 윤 시장의 비선실세의 전횡 의혹에 대한 대응 방식도 쏙 빼닮았다. 윤 시장은 그간 김씨의 시정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측근은 있을 수 없다”, “증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외면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씨를 알선수재와 사기 혐의로 구속하면서 김씨의 시정 개입 의혹이 확산되자 윤 시장은 뒤늦게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도 최씨의 인사 개입설 등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여만인 지난달 21일 관련 의혹과 불신이 확산되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가 최씨가 청와대 자료들을 받아 저장한 태블릿PC 증거가 공개되자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와대도 그 동안 “최씨는 수십 년 전의 지인일 뿐, 박 대통령의 측근이 아니다”고 부인해 왔다.
두 사건은 비선실세와 관련된 의혹들이 실세의 형제와 친척 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씨의 경우 윤 시장의 전 비서관이었던 그의 동생(57)도 광주시의 계약 업무와 관련, 담당 공무원에게 직권을 남용해 업체를 선정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의 사촌동생(52)도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광주시가 발주한 사무용 가구 구매 계약과 관련해 계약수주 알선 명목으로 수개의 업체로부터 수십 차례 걸쳐 2억1,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김씨의 이종사촌 여동생 K씨도 김씨의 시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입쌀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 시장 부인의 고향 후배이기도 한 K씨는 2014년 6ㆍ4지방선거 당시 윤 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해 윤 시장 부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정도로 윤 시장 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K씨는 자신의 남편이 윤 시장 취임 직후 광주시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광주시장 비서실 직원 채용 과정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선 “K씨는 광주의 최순실”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 최씨 역시 언니 순득(64)씨가 국정 농단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순득 씨의 딸 장시호(37) 씨가 동계스포츠 예산 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추가로 불거진 상태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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