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강행할 태세다. 14일 도쿄에서 열리는 3차 실무회의에서 가서명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협상재개를 밝힌 지 불과 18일 만이다. 민감한 안보현안을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단 두 차례의 실무회의만으로 합의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이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마비 상황에서 유독 이 문제를 밀어붙이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군사적 효용성에서 협정 자체는 긍정적이다. 일본의 우수한 정보능력을 활용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등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2014년 미국을 매개로 간접적, 제한적으로 정보를 공유키로 합의한 한미일 간 3국 정보공유약정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신중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밀실협상이 막판 좌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다고 한 달여 사이에 여론이 바뀐 것도 없다. 여전히 협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일 간의 섣부른 합의는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남을 뿐이다.
협정으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한반도에서의 지역동맹 고착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함께 한일 군사협정을 한국의 미사일방어(MD) 편입시도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MD와는 별개라고 하지만, 한반도의 안보정세에 비추어 설득력이 약하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유착될수록 커질 수 밖에 없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곧바로 감당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무엇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이 무너지기 직전인 지금 이런 중차대한 협정을 밀어붙이는 자세의 정당성이 문제다. 지금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 모든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론도 부정적인 예민한 협정을 강행해서야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는가. 국정농단 파문을 틈 탄 또 다른 밀실협상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서둘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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