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상실” 이메일 재수사 비판
“트럼프 측 선거인단 선택 바꾸자”
일부 지지자들, 청원 운동 돌입
미 전역에서 대선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이 선거 패인을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탓으로 돌리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이 FBI를 겨냥해 아쉬움을 드러내자 클린턴 지지자들도 최종 결정권을 가진 선거인단을 공략하며 대선 불복을 시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클린턴이 12일(현지시간) 후원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의회에 보낸 서한은 근거 없는 의심들을 불러 와 (대선 승리를 향한) 우리의 추진력을 꺼뜨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코미 국장의 발표 탓에 세 차례의 TV토론 승리와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으로 쌓아온 동력이 중단됐다”며 “무혐의 종결을 알리는 두번째 서한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히려 더욱 격분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의 이와 같은 발언은 코미 국장이 대선 11일 전인 지난달 28일 돌연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방침을 공표한 데 대한 반발이다. 당시 트럼프와 약 10%포인트 격차를 벌였던 클린턴의 지지율은 코미 국장의 발표로 인해 추락했고 대선 이틀 전 재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음에도 종전 상태로 회복하진 못했다. 코미 국장의 결정이 대선에 치명타를 입힌 것은 사실이나, 클린턴이 9일 대선 승복 연설에서 깔끔히 패배를 인정한 것과 다른 태도여서 발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일고 있다.
클린턴의 발언이 알려진 뒤 미련을 버리지 못한 클린턴 지지자들은 행동으로 나섰다. 일부 클린턴 지지자들은 다음달 치러지는 대통령 간접선출 투표에서 선거 결과를 뒤바꾸기 위한 청원 캠페인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350만여명이 참여해 최대 규모를 기록한 웹사이트 ‘체인지’의 청원운동 공고에는 “트럼프에 투표해야 하는 주에서도 약간의 벌금만 내면 선택을 바꿀 수 있다”며 “벌금은 클린턴 지지자들이 기꺼이 내주겠다”고 적혀있다.
클린턴 지지 유권자들의 선거 뒤집기 시도가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미 전역의 선거인단 538명은 본선 결과에 따라 다음달 19일 최종 투표에서 290명은 트럼프에, 232명은 클린턴에 표를 던지게 돼 있으나 청원 운동은 트럼프 측 선거인단의 선택을 바꿔 클린턴을 당선시키겠다는 의도다. 실제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 15개주에서는 시민 의사에 따른 투표가 의무화되지 않은 데다 과거에도 10여차례 선거인단 일부가 본선 결과와 다르게 표를 던진 바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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