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국회가 탄핵 절차에 밟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도 언급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주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13일 여권의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해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직후엔 따로 보도자료까지 내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을 그대로 둔 채 탄핵 추진에 따른 정치적 역풍만을 계산하며 탄핵 추진을 주저하는 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의 태도를 봤을 때 2선 후퇴, 거국내각 구성 주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뿐더러 민심이라는 명분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이미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적 신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 권위를 모두 상실해 더 이상 정상적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현재의 국정 마비 상황을 하루 속히, 질서 있게 수습할 헌정적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이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국회 주도의 거국내각 구성 방안이 차선책으로 거론됐지만, 이젠 이마저도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기가 1년 2개월 넘게 남은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직위만을 보존하는 채 사태를 미봉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인 12일 ‘100만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온 대통령 하야 구호와 관련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국민들께서 하야나 퇴진을 요구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헌법이 부여한 권능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질서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도(政道)”라며 그 근거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하야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헌정적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고, ▦헌정 중단이라는 안 좋은 전례는 앞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권이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그 최종적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헌법과 법률 상 탄핵 절차를 외면하고 당 차원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야권을 향해선 “대통령 자격 박탈 여부라는 엄청난 국가 중대사를 거리 투쟁에 기대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을 탄핵할 요건이 충분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신성한 공적 권력을 사인(私人)인 최순실 일당이 사유화해 각종 이권을 추구하고, 국정을 농단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방치, 조장, 후원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제3자 뇌물공여’ ‘공무상 기밀 누설’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 등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 아래’라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 추진 시점과 관련해선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야 하는 만큼 탄핵 추진 시점은 검찰의 대통령 조사와 검찰의 1차 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김 전 대표가 여야를 향해 박 대통령의 탄핵을 설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역시 비박계 차기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김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저는 일단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야권에선 이날 정의당이 국회의장 직속 ‘박근혜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 설치를 공식적으로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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