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토 덕에 테러로부터 안전”
사무총장, 언론 기고문서 반박
유럽은 방위비 분담 몫 증대 검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용론’ 주장으로 유럽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70년간 유럽 안보체제의 근간을 이뤘던 미국 주도의 나토에서 트럼프의 탈퇴 시사로 급격한 안보 공백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옵저버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한 세대에 한번 닥칠만한 가장 큰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유럽 또는 미국이 (안보 문제에서) 독자노선을 걷는 것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나토 방위분담금 대부분을 미국이 지불하는 등 나토가 유럽한테만 유리한 체제라고 무용론을 주장하자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원의장도 10일 “오늘날 어떤 나라도 고립으로 강해질 수는 없다”며 “유럽과 미국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유럽과 러시아 간 대립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유럽은 나토 동맹의 핵심 축을 이루는 미국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이날 기고문에서 “나토가 집단방어체제를 발동한 사례는 미국이 9ㆍ11테러를 당했을 때뿐”이라며 “이후 1,000명 이상의 유럽 나토 회원국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함으로써 미국은 테러로부터 더욱 안전해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최근 유럽과 군사적 대척관계에 놓인 러시아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트럼프의 나토 무용론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러시아와 관계를 재설정하려고 한다면 당장 내년 초 취임 이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를 비롯해 동유럽 4개국에 배치키로 한 4,000명의 나토군 병력 파견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러시아가 발트해 나토 회원국을 침략할 경우 해당 국가가 미국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한 후 군사적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며 나토의 집단안보체제 원칙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나토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EU 외무장관들은 13일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정책 고위대표의 주재 아래 미국 대선 이후 양측관계에 대한 재설정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이 자리에서 나토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트럼프의 요구대로 나토 방위비에 대한 유럽의 부담 몫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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