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유 지분을 쪼개 파는 방안이 주효하면서 우리은행 매각이 4전5기 끝에 이뤄졌지만, 아직은 ‘반쪽 민영화’에 불과하다는 냉혹한 시선도 적지 않다. 7곳의 대주주들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주인이 됐지만,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야만 진정한 민영화가 이뤄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매각에서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가 자회사인 동양생명을 통해 들어온 중국 안방보험을 제외하고 국내투자자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관치(官治)’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투자자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ㆍ허가, 감독ㆍ규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그간 ‘정치권에 줄대기’식 인사로 능력보다는 연줄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만으로 인사권과 경영권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으로부터 내려오는 인사 압력, 금융당국의 관치 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며 “본입찰을 앞두고 2~3곳의 외국인투자자들이 미국 대선 영향 등으로 투자를 접은 점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단일주주로는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라는 점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사외이사를 통한 과점주주들의 경영참여는 주주별로 독립적이어서 단일한 경영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인사와 경영에서 각각의 입장이 충돌할 개연성이 다분하고, 여전히 2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한 정부가 공공연하게 개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남는 지분의 향후 처분에 대해서도 뚜렷한 스케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게 중론이다.
민영화 성공으로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음에도,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금융당국 출신 고위인사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끊이지 않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점주주들에게 자율적인 경영을 보장하려면 차기 은행장 선임에서부터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향후 잔여지분 처분 방안에서 대해서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반쪽 민영화’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에서 민간 주도 자율경영이 이뤄지도록 그간 제시해온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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