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 음악이 다시 울려 퍼졌다. 지난해 11월 13일 파리 동시다발 테러로 희생된 130명 가운데 90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지 1년 만이다. 수개월간의 보수 공사 후 공개된 무대에 올라 오랜 정적을 밀어낸 주인공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스타 스팅. 정식 재개장(16일)을 앞두고 12일(현지시간) 밤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연이 열렸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팅(65)은 반소매 티셔츠 차림에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1분간의 묵념을 제안했다. 그는 프랑스어로 “우리는 오늘밤 중요한 임무 두 가지를 띠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테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역사적인 이 극장이 의미하는 삶과 음악을 축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첫 번째 곡은 자신의 히트곡 ‘프래자일(Fragile).’ BBC는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가사가 테러의 부당함을 대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레바논계 프랑스 트럼펫 연주자 이브라힘 말루프의 연주에 맞춰 ‘병 속의 메시지(Message in A Bottle)’를 열창했다. 이 노래에는 “세상에 SOS를 보낸다. 희망만이 우리를 살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간 가디언은 스팅이 부른 노래들은 대체로 파리 테러 희생자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에 나온 것들이지만, 그 부모들과 추모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스팅은 공연 중 “1979년 바타클랑에서 마지막으로 공연을 했다. 1978년 파리에서 곡 하나를 만들었는데 바로 이 곡”이라며 ‘록산느(Roxanne)’를 열창했다. 록산느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다.
공연에는 테러 현장의 생존자와 유가족들도 초대됐다. 테러로 희생된 자녀의 사진을 들고 나와 마치 함께 스팅의 공연을 지켜보는 듯한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으며 몇몇은 스팅의 ‘너의 모든 숨결(Every Breath You Take)’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바타클랑 극장은 재개장을 하면서 1년 전 상흔을 지우기 위해 실내 장식과 관객 좌석을 새롭게 교체했다. 바타클랑 극장 운영책임자 제롬 랑그레는 “충격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00장의 콘서트 티켓은 판매 시작 30분만에 매진됐으며 공연 수익금은 파리테러 희생자 지원 단체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테러 1주년인 13일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바타클랑과 국립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카페, 식당 등 파리테러 현장 6곳에서 희생자 추모 명판을 제막한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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