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지(25ㆍNH투자증권)는 ‘버디 퀸’이다. 그는 지난해 5월 E1 채리티오픈 3라운드에서 1번홀부터 8번홀까지 8개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신기록이었다. 당시 대회가 열린 곳은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이었다. 조윤지는 1년 6개월 만에 같은 골프장에서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올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조윤지는 13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파72ㆍ6,50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정상에 올랐다.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은 지난 8월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다연(19)과 이민영(24ㆍ한화)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린 조윤지는 이번 시즌 첫 우승의 감격을 마지막 대회에서 누렸다.
조윤지는 지난해 7월 BMW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4개월 만에 생애 통산 3승 고지를 밟았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은 조윤지는 상금랭킹 11위(4억3,015만원)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8연속 버디에 이어 이날 우승까지 일군 조윤지에게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은 ‘약속의 땅’이라 할 만하다. 조윤지는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골프장이라 이곳에서 열리는 대회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조윤지는 최종 라운드에 나서기 전에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공략 경로를 머릿속에 다 그려놨다고 밝혔다. 그만큼 코스에 자신이 있었다.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조윤지는 1∼3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향해 줄달음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조윤지는 잇따라 위기를 맞았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졌다. 하지만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을 홀 2m 옆에 떨군 뒤 침착하게 파퍼트를 집어넣어 고비를 넘겼다. 이어진 16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 샷을 한 뼘 거리에 붙인 뒤 가볍게 1타를 줄이며 우승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17번홀(파3)에서 6m 버디 기회에서 3퍼트 실수로 다시 1타 차로 쫓겼다. 18번홀(파4)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트렸으나 조윤지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린 뒤 파로 막아내고선 두 팔을 치켜들었다.
직전 대회 상금랭킹 60위까지 출전 자격을 주는 이 대회에 상금랭킹 59위로 출전한 새내기 이다연(19)은 3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여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기분 좋게 시즌을 마쳤다.
기대를 모았던 신인왕은 경쟁자들이 모두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싱겁게 마무리됐다. 이정은(20ㆍ토니모리)이 웃었다. 신인왕 포인트에서 이소영(19ㆍ롯데)에 34점 앞선 채 대회에 나선 이정은은 공동51위(2오버파 218타)에 그쳤지만 이소영도 공동44위(1오버파 219타)에 머문 덕에 1위를 지켰다. 신인왕 포인트는 41위 이하면 똑같이 15점을 부여한다. 이정은은 “몸이 불편한데도 늘 대회장에 나와서 응원해준 아버지께 효도를 한 것 같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인상은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활짝 웃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이정은의 부친 이정호(52)씨는 휠체어를 탄 채 딸의 경기를 따라 다니며 응원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대상을 확정한 고진영(21ㆍ넵스)은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17위(4언더파 212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천=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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