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음악축제, 유모차부대”
중국 언론은 사실위주 차분한 보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12일 서울 도심 촛불집회에 대해 외신들도 일제히 주목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심각한 국면을 맞았다며 긴박한 톤으로 생중계하는 한편 평화시위의 독특한 풍경을 관심있게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국 곳곳에서 모인 100만명이 도심을 가득 메웠다며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에서 부패스캔들이 낯설지 않지만 이번 일은 민주주의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느껴 수많은 이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했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한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긴 힘들다”며 “300명 이상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수년간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총체적 좌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집회 참가자들이 국정교과서, 위안부 협상 등 이번 파문 이외 다른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며 박 대통령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지지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집회가 청와대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열린 점에 주목하며 만약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들의 외침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외신들은 비교적 평화롭고, 때론 축제 같았던 현장분위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CNN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발언 중간중간 라이브음악을 즐기는 유쾌한 분위기였으며,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고 묘사했다. 로이터통신은 평화롭게 행진이 이어졌다면서 이전에 폭력사태로 번진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시위와 대조됐다고 설명했다. AFP통신도 학생, 가족,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휠체어를 타고 나온 사람이 출현했다고 소개했다.
중국과 일본도 한국정세를 상세히 전했지만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NHK는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최대인 26만명이 모였다”며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집회측 추정 인파가 100만명이라며 “대통령 검찰수사가 예정돼 국민적 분노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박 대통령의 아성인 대구에서도 사임을 요구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집회에서 박근혜 체포하라는 함성이 퍼졌다.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박정권이 내주 여론의 저항이 심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할 방침이지만 반발이 커 정국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망 등은 2000년 이래 최대규모 집회가 개최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면서 광화문광장에 모인 촛불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나 중국언론은 초기 보도와 달리 이번 시위에 대해선 사실위주로 차분하게 현지상황만 전달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한국의 대규모 시위가 중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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