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장벽 높이는 고립주의 채택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높아져
가격 경쟁력서 다시 뒤처질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수입차들에게도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FTA로 낮아진 수입 관세 덕에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온 미국산 수입차들은 관세가 다시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들어온 수입차는 총 4만9,096대에 달했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전해인 2011년(1만3,669대)의 3.6배다. 지난 1~9월에도 미국산 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나 늘어난 4만4,685대가 수입됐다.
이 같은 미국산 수입차의 인기는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산 수입 자동차의 관세는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3월 8%에서 4%로 줄어든 뒤 지난 1월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 정책까지 더해지며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인 포드(9,458대)와 캐딜락(842대)의 1~10월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각각 8.9%, 31.8% 증가했다. 이는 올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5.5% 감소한 것과는 대조되는 성적이다.
독일과 일본 브랜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BMW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시리즈를, 도요타는 주력 모델인 캠리ㆍ시에나ㆍ아발론 등을 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수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달 판매를 개시한 GLS와 GLE 쿠페(뒷좌석 천장이 낮고 짧은 차량) 등 일부 SUV 모델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세가 부활하게 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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