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여는 내 잘 아는 형님이야. 빠마 싸게 해줘라!” 엄마는 단골 미장원 문을 벌컥 열고 그렇게 말했다. 미장원 아줌마는 “아이고, 그래야지요.” 엄마가 데려온 형님 아줌마를 나달나달 해진 가죽의자에 앉혔다. 동네 어느 집의 큰딸은 간호사여서 같은 골목에 사는 아줌마가 아플 때면 링거 주사를 들고 찾아갔다. “우리 엄마가 링게루 놔드리라 케서요.” 어느 머슴애는 같은 반 여자아이를 때렸다가 학교에 불려갔다. “원래 이런 아가 아인데 고마 친구를 잘못 만나가꼬요….” 아줌마들의 변명은 늘 똑같았다. 빤했지만 선생님들은 “아, 네에. 그렇지요. 알지요, 제가.” 그저 끄덕여주었다. 우리 엄마도 내복이랑 양말은 꼭 내 친구 엄마가 하는 가게에서만 샀다. 친구 엄마는 내 주머니에 장갑 한 켤레도 쓱 집어 넣어 주시곤 했다. “우리 선영이랑 싸우지 말고 잘 놀아야 한데이.”
포크레인 한 대를 가진 뒷집 아저씨는 컨테이너 사무실에 간판을 달았다. ‘진흥중장비’였다. 딱히 직원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옆옆집 둘째딸이 상고를 졸업한 뒤 취직을 못했기 때문에 컨테이너 사무실에 데려다 놓았다. 옆옆집 아줌마는 그게 너무 고마워 남들 월급 반만 줘도 괜찮다 했지만 진흥중장비 아저씨는 어찌 그러겠느냐 큰소리를 쳤다. 하나밖에 없던 중앙슈퍼 맞은편으로 신선슈퍼가 문을 열었을 때에는 동네 아줌마들 모두가 긴장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눈치를 보느라 애먼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부쩍 늘었다. 동네의 이런 풍경은 다 예쁘다. 그런데 이게 청와대로 가니까 다 우습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