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비정규 근로자의 고용 보호에 관한 중요한 판결(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이 선고되었다.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해고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당 근로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으므로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정규직 전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과거 하급심에서 종종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대법원이 그 법리를 받아들인 것은 이 판결이 최초다. 이 점에서 이 판결은 비정규 근로자의 권리를 한층 더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희망을 품고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기간제 근로자들은 고용을 보호받을 기회를 보장받게 되었다.
정부와 함께 법원은 비정규직의 확대 및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다. 법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에 협조적이었고 때로는 앞장서서 그 정책을 판결에 반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제성 박사가 대법원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의 사법적 전위’라고 비유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태도를 바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법적 보호를 확대하는 일련의 판결을 선고했다. 정부가 여전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미련에 붙잡혀 있을 때, 그나마 법원이 비정규직의 비참한 현실에 주목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누리는 고용에 관한 권리 중 상당수는 그렇게 형성된 판례 법리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주 선고된 판결 역시 그러한 사법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판결은 그 밖에도 갱신기대권 법리에 관한 중요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법원은 갱신기대권 법리(취업규칙 등에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 규정이 있거나 여러 사정에 비춰 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부당하게 그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를 형성했다. 이것은 기간제 고용 보호 법리의 중요한 축이었다. 그런데 2006년 제정된 기간제법이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정규직 근로자로 본다’는 규정을 두자, 더 이상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타났다. 성문법에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 규정을 마련했으므로 판례에 의해 형성된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후 하급심과 학계에서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 가능성에 관해 격렬하게 다퉈졌다.
이 판결은 위 쟁점에 대해 ‘기간제법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에 있으므로, 그 규정들에 의해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을 제한할 수 없다’라고 판단함으로써 갱신기대권에 대한 그동안의 논쟁을 종결지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결론일 수도 있다.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을 핑계 삼아 이미 있는 기간제 보호 법리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벌어진 논쟁의 격렬함과 기간을 고려할 때, 이 판결의 의의는 결코 낮게 평가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판결의 당사자인 근로자와 대리인인 변호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다른 산업 부문과 달리 법률 분야에서는 새로운 판례를 만든다고 해서 그걸 통해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 모든 판결은 공개되고, 이해관계자에게 어떠한 지식재산권도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당 근로자와 변호사는 약 4년 동안 불확실성과 좌절을 극복하고 버텨 많은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이번 판결을 끌어냈다. 이 판결이 권리를 위해 투쟁한 그들의 노고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격려가 되었길 희망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