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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로 세계 통상 질서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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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로 세계 통상 질서 혼돈

입력
2016.11.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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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3> 흔들리는 통상질서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건수. 트럼프 정권이 집권하면 대미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주요 상대국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무협 워싱턴지부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건수. 트럼프 정권이 집권하면 대미 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주요 상대국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무협 워싱턴지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이 논리는 무역ㆍ통상에도 적용된다. 미국이 이득을 보면 상관없지만, 무역적자로 일자리가 잠식되는 쪽에는 주저 없이 장벽을 쌓겠다는 게 당선인의 입장이다. 그는 후보 시절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의1이 사라졌다”며 “중국 수입품에 45%, 멕시코에는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 단기간 중국, 멕시코 등을 상대로 미국의 파상적인 수입규제조치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 고유 권한을 동원,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외국 제품에 대해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고율 관세를 매기는 시나리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지난해 수입규제조치가 2001년 이후 최대인 64건, 올 상반기에도 49건에 달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행동에 나선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의 피터슨경제연구소는 “미국 대통령은 통상법 112조, 232조, 301조 그리고 ‘적성국교역법’, ‘국제 비상상황의 경제권한법’ 등 다양한 통로로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즉각적이고 직접적 조치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물론 피해 상대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해당 기업이 소송 등 반격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로 분쟁 해소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므로, 해당 기업이나 국가는 미국 시장에서 상당기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WTO 판정과 소송을 통해 보복조치가 나중에 무효화해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미국 우선주의’로 압박하고 나선다면, 어느 선까지는 양보하겠지만 주요 무역국도 결국 ‘자국 우선주의’로 맞설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교역을 확대해 발생한 이익을 호혜적으로 나눈다’는 자유무역 이념이 퇴색하고 각국이 저마다 무역장벽을 쌓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변화. 자료:퓨리서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변화. 자료:퓨리서치

이렇게 되면 글로벌 통상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버드 경영연구소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이어 그 보다 5,6배 충격이 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세계무역질서를 관장해온 조직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당장 세계 교역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자유무역의 심판관 역할을 하는 WTO의 기능과 위상이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연도별 대중 무역적자.
미국의 연도별 대중 무역적자.

WTO 체제 아래서 광범위하게 논의되어 오던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히 다자 FTA 논의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정책 일환으로 추진해온 태평양 연안국 사이의 다자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는 무산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상 최악의 협정’으로 꼽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마찬가지다. 향후 재협상에서 캐나다ㆍ멕시코가 미국 요구에 응해주지 않는다면 해체 수순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논의의 싹도 틔우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이다.

이 대목에서 세계무역질서 주도권이 중국ㆍ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 맞서 중국ㆍ러시아가 아시아ㆍ유럽에서 추진 중인 다자 FTA의 몸값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아세안 10개국과 한ㆍ중ㆍ일 3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을 끌어들이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구 소련 6개국을 묶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모색 중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도의 새로운 통상규범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경쟁력을 지닌 디지털 분야 교역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협 워싱턴지부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기업을 위해 ‘국경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이 보장되는 쪽으로 신통상규범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통 제조업에서는 보호무역을 주장하지만, 미국이 유리한 디지털 분야에서는 보호주의를 배격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도 주저하지 않은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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