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광화문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중 일부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강행하려다 경찰한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행진 참가자들은 행진코스가 끝나는 경복궁역 사거리 부근에 집결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대통령은 하야하라”며 경찰이 세운 차벽 너머로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주변 참가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농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10여명은 ‘청와대’라고 쓰인 영정 액자를 붙인 대형 상여를 경복궁역 사거리 부근으로 이동시키던 중 더 이상의 행진을 가로막은 경찰을 밀치며 달려 들었다. 이를 지켜 보던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비폭력 행진을 합시다. 평화시위 합시다”라며 이들을 말렸지만 일부 참가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변의 만류로 몸싸움은 크게 번지지는 않았으나 2시가 넘게 간헐적으로 지속됐다. 오후 7시45분쯤엔 시위대 몇몇이 경찰 시위진압용 방패 2개를 빼앗기도 했다. 오후 9시10분쯤도 시위대가 몸 싸움 끝에 경찰의 방패를 빼앗았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중재로 돌려주기를 반복했다. 역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50대 남성이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의무경찰 1명도 탈진해 대열 밖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무리하게 진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박자에 맞춰 “비폭력”을 외치며 성난 시위대를 달랬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방패를 빼앗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여러분이 준법시위를 보일 때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경찰은 준법 집회를 보장합니다”고 대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종로1가 청진공원 인근에서 “죽창 50여개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형사들을 급파했지만 식당 인테리어 작업에 쓸 장식용 죽봉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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