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우연히 들은 최순실의 이대 난동, 우연과 필연 어디까지?
2년 전 비선실세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 제공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폭로는 이제 정씨를 넘어, 최씨의 조카 장시호(38)씨와 최씨의 언니 순득(64)씨를 향하고 있다.
안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최순득씨의 재산이 외교행낭을 통해 대거 유출돼 그 일부가 사업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새로운 의혹을 공개하며 최씨 일가를 재차 겨냥했다. 이달 초부터 장시호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 및 연예계 연관설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도 “장씨를 중심으로 한 어마어마한 비리가 수면 밑에 도사리고 있다”며 금명간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4선인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긴급현안질문’에 첫 주자로 나서 “2014년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지시로 이례적으로 승마 심판들에 대한 조사를 상주경찰서에서 진행했다”, “국세청장이 열흘 전 최순실 관련 압수수색 자료와 재산자료 조회를 차단했다” 등의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안 의원의 폭로는 17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만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은 문화ㆍ체육계 인사 및 교민사회의 폭넓은 제보가 있어 가능했다. 그는 “13년여 동안 ‘한국 약탈문화재 환수 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지의 교민사회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국내 행정부 하위 직원부터 문화계 리더들까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며 “이들이 최씨 일가와 관련된 신뢰도 높은 제보 제공은 물론 사실관계 확인까지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을 처음 주장한 것도 같은 해 1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천주교 신부의 승마협회 비리 제보가 시초였다고 그는 소개했다.
최씨의 이화여대 난동 사건 폭로는 운도 따랐다. 안 의원은 “정씨의 행적이 묘연해져 답답해 하던 지난 8월 서울의 한 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가 옆 테이블에서 어떤 교수가 ‘최순실이 이대까지 와서 난동을 부렸다’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다”며 “다음 날 그 교수를 찾아 구체적 내용을 들은 뒤 여러 교육계 인사에게 중복 확인해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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