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 총수 첫 조사
안종범 전 수석과 ‘협력’ 정황
49억 출연 배경ㆍ배드민턴팀 창단
회장 선임에 최순실ㆍ청와대 개입 의혹 조사
최순실 대여금고서 서류ㆍ보석 확보
우병우 전 수석 휴대폰 압수 자료 분석 총력
의혹 키맨 차은택 구속영장 발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씨 측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던 시도에 연루된 권오준(66) 포스코 그룹 회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총수 중 처음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이날 오후 7시 권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권 회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그에게 제기된 의혹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검찰 조사에 진실되게 대답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C사 측에 지분을 넘기라고 차씨 측이 강요하던 지난해 3~6월, 권 회장이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권 회장이 차씨 측의 포레카 강탈 시도에 처음부터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검찰은 포레카 매각 배경과 경위, 광고 발주 여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또, 포스코가 미르ㆍK스포츠에 49억원을 출연한 배경은 물론, 최순실(60ㆍ구속)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포스코 배드민턴팀 창단 문제를 논의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르ㆍK스포츠 출연금 문제가 아닌, 별개의 사건이 조사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 3월 권 회장이 신임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현 정권의 비선실세인 최씨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권 회장의 신분에 대해 “일단은 참고인”이라며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전날 KEB하나은행의 한 서울 시내 지점에서 최씨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최씨와 관련 있는 일부 회사의 운영 서류와 보석 등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최씨 딸 정유라(20)씨에게 통상 기업들이 무역거래를 할 때 쓰는 보증신용장을 발급해 줘, 정씨가 독일의 이 은행 지점에서 초저금리 특혜성 대출을 받도록 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전날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과 휴대폰 분석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되기 전 수사 착수 정보를 최씨 측에 알려 K스포츠가 롯데로부터 강압적으로 받아냈던 추가 기부금 70억원을 되돌려주도록 한 의혹과 최씨와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한편 차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차씨는 지난해 3~6월 안 전 수석 및 송성각(58ㆍ구속)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과 함께 포레카 지분 획득을 위해 C사를 협박한 혐의(공동강요)와 2006년 1월~올해 10월 자신이 운영하던 아프리카픽쳐스 자금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문화행사 용역업체를 선정하도록 청탁해 준 대가로 2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지인을 채용하도록 KT 황창규 회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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