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 수출에 부정적 영향
최순실 사태 국정공백도 우려
“美금리 12월 인상 전망은 유지
한국도 곧 인상하는 건 아니다
금리^가계부채, 거시경제 고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비상 경고등을 켰다. 국내 정치ㆍ경제를 뒤흔드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더해 예상 밖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겹치면서 향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불확실성이 더 많아졌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트럼프 정부의 행보와 미국의 금리인상, 국내 가계부채 동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기 흐름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경제전망 이후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수정전망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 등을 감안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8%로 한 단계 더 낮춘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공백이 심해지고 뜻밖의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최순실 사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불안요인이 오래 지속되면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여 전반적인 성장세에 부정적”이라며 “각 부처와 경제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트럼프 쇼크
이 총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요동쳤던 국제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만간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로 정책발표에 따른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율 관세 부과 등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면 세계 및 국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면서도 “다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정책의 강도나 시기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은 경제에 긍정적 요소”라며 “미국의 통상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 정도를 알기 어려워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리
그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부가 바뀐다고 좌우되는 게 아니다”며 “시장에선 12월 금리인상이 가능성을 상당히 크게 본다”는 말로 기존 전망을 일단 유지했다. 이 총재는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내년 적정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보고 있으며 이 전망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향후 점진적인 금리인상 속도도 정치적 영향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 건 아니다”고 밝혀 한은의 향후 행보에 여지를 남겼다.
가계부채
이 총재는 취약계층의 부담은 우려되지만 경기부양 등을 감안해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엔 저금리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도 있었다”며 “금리 결정은 금융안정과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 고려해야 하며 부채 문제도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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