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원회 위원장 두고 각축
샌더스 힘 업은 엘리슨 유력
미국 대선과 상ㆍ하원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이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당 재건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경선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위원장 자리에 맞춰져 있는데, 편파성 시비 속에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준 버니 샌더스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인공은 민주당 내 ‘의회 진보모임’ 리더인 키스 엘리슨(미네소타) 하원의원이다. 2006년 미 회의에 진출한 첫 무슬림으로,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지지했다.
샌더스 의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엘리슨과 같은 진보 정치인이 DNC를 이끌어 당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며 엘리슨에 힘을 실었다. 대표적 진보단체인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 닐 스로카 대변인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집단은 뒤로 물러서고 다른 인물이 DNC를 이끌어야 한다”며 샌더스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통해 환골탈태도 주문했다.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민주당 지도부가 미시간주, 앨라배마주, 유타주를 방문했는지 따져보자”며 “민주당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주가 아닌 미국 50개 주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DNC는 이제 정치 자금을 모으는 데 있어서도 노동자 계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슨과 함께 ‘진보의 총아’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유력한 DNC 위원장 후보로 꼽힌다. 이 역시 경선 당시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러닝메이트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샌더스 측근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기수 자리에서 물러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자리를 워런이 물려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연설에서 “히스패닉과 흑인, 여성과 무슬림, 이주민, 장애인, 그 누구에 대한 공격에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며 “트럼프가 유리로 된 타워에 있든, 백악관에 있든 우리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DNC 위원장을 역임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도 위원장직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딘 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은 좀 더 조직화돼야 하고 젊은이들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50개 주 전체를 공략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기술적인 재건이 요구된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DNC는 각 주에서 선정한 대표들로 구성되며, 이번 대선처럼 공화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DNC 위원장은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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