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청장 기강잡기 본격화
일선 경찰서의 수장인 총경급(4급)이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 등을 하다 1계급 강등됐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해당 계급이 강등을 당한 건 사실상 처음이라, 이철성 경찰청장의 내부 기강잡기가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와 언행을 해온 이원희(경찰대 5기) 전 서울 방배경찰서장의 계급을 총경에서 경정으로 강등시켰다고 11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8월 관용차 관리직원에게 아내 승용차 수리를 맡기는 등 평소 부하 직원들에게 개인심부름을 시키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져 9월 말 서울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역시 부하 직원들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고 향응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경기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 됐던 현춘희 전 경기북부경찰청 청문감사관(총경)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강등 조치는 경찰관의 계급을 한 단계 낮추는 징계로 정직보다 한 단계 높고, 해임보다는 한 단계 낮다. 2010년 7월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강등’이 추가됨에 따라 각종 비위를 저지른 경찰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 정직 외에 강등 조치가 가능하게 됐다.
“총경이 계급 강등 징계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경찰 내부 분위기다. 그간 파면 또는 해임 당한 총경이 소청 심사를 거쳐 경정으로 강등된 사례는 있지만, 징계상 강등된 적은 없었다. 특히 인사 적체가 심한 경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강등 조치는 중징계 라는 평가다.
이는 8월 취임 일성으로 ‘갑(甲)질 척결’을 내세웠던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 내부부터 문제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월 1일부터 100일간 갑질횡포근절 특별단속을 실시한 이 청장은 당시 “갑질로 인한 폐해는 경제적 피해를 넘어 인격적 모욕에 이르는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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