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선거 승리로 기존 글로벌 통상 질서가 변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오히려 기회다.”
허윤(사진)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13일 트럼프 당선인 시대에 우리가 취해야 할 선택지로 역설적이게도 다시 ‘미국’을 들었다.
허 원장은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적 통상 정책에 대비해 중국이나 유럽 등 미국 외 다른 지역과 경제 협력 관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라며“한미일(J-KORUS) FTA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참가하는 ‘NAFTA + 4’가 트럼프 시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호주 등과 손잡고 미국과 새로운 경제통합체를 모색한다면 한국의 대(對)중 통상 협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미 FTA가 재앙’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은 물론 일본, 호주까지 참여하는 더 확대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심을 기울이겠냐는 질문에 허 원장은 “기존 FTA와 다르게 4차 산업 기반의 선진국 간 FTA라면 트럼프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격하는 FTA는 미국의 공업, 제조업 분야를 약화시켰다고 믿는 3차 산업 기반의 FTA”라고 덧붙였다.
학계의 대표적인 통상 전문가인 허 원장은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트럼프의 당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미국 주류 언론과 주요 경제연구소는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점쳤지만, 일반 시민 등 미국 사회 저변에서는 트럼프 돌풍이 심상치 않았다는 게 허 원장의 설명이다
허 원장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의 전면 재협상이나 폐기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가 한미 FTA를 공격한 것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노림수였다”며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은 미 정치권과 경제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어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폐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다만 허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치적 제스처로 의회 비준이 필요 없는 한미 FTA 추가협상 등은 언제든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FTA 추가 협상 시 관세 외에 위생 검역, 원산지 증명 완화 등의 비관세 장벽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할 공산이 크다”며 “우리나라 산업 보호를 위해 어느 선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지 지금부터 냉정히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변칙적인 보호무역주의 조치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원장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같은 무역규제 정책을 다른 나라보다 많이 쓰는 나라”라며 “트럼프도 의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이런 무역규제정책은 다른 정권보다 훨씬 많이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철강, 섬유 등 전통적 수출 강세 품목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 하다는 게 허 원장의 예측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바탕으로 미국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인 만큼 국내 건설사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기업가 출신인 만큼 트럼프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기업 친화적 정책을 중시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잘 유지한다면 트럼프 시대 우리 경제가 오히려 더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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