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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납품했다길래"… 면세점 '특혜 입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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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납품했다길래"… 면세점 '특혜 입점' 의혹

입력
2016.1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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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처남 화장품, 신세계ㆍ신라면세점 진출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존 제이콥스'가 뚜렷한 실적도 없이 서울 시내 유명 면세점들에 입점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존 제이콥스는 최순실, 정유라 모녀의 단골 성형외과인 서울 강남 '김○○ 의원' 원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로 알려졌다.

11일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존 제이콥스는 지난 5월 입점해 현재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10층 국산 화장품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매장 면적은 3~4평 정도이며, 임시 매장(팝업스토어)이 아닌 공식 매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존 제이콥스의 입점 과정에 대해 "5월 18일 개점을 앞두고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발굴해서 입점시키라는 내부 지침이 있었다"며 "이후 MD(상품기획자)들이 전체 82개 국산 화장품 브랜드, 백화점에 소개되지 않은 60개 신규 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들여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제이프라스(존 제이콥스 세부 브랜드명)"라고 설명했다.

품평회 등 제품의 질이나 상품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없었냐는 질문에는 "지난 2월 청와대 선물용으로 존 제이콥스가 납품된 사실이 언론 등에 크게 알려지자 그것만으로도 MD들이 '보증을 받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부 압력' 의혹에 대해서는 "만약 어떤 세력이 압력을 넣더라도 매출이 보장된 기존 면세점에 넣지 우리 같은 신생 면세점에 넣겠느냐"고 반문하며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명절 선물로 존 제이콥스의 '제이프라스 로얄 노미네이션'을 관계 부처에 돌렸고, 5월 아프리카 순방 당시 이 업체 대표는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서 동행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의 경우 현재 존 제이콥스 매장은 1층 바로 정문 출입구 옆에 있다.

신라면세점의 쇼핑 가이드맵(배치도)를 보면 정문을 통해 면세점에 들어가는 소비자 입장에서 왼쪽 루이뷔통, 오른쪽 에르메스 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존 제이콥스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입점 과정과 관련, "5월에 신세계면세점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고, 경쟁사에 입점했다니까 MD가 유치에 나서 7월 유치했다. 존 제이콥스가 제안도 해온 것으로 안다"며 "뒤늦게 입점시켰다가 경쟁사 쪽에서만 대박을 터뜨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방어 차원에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존 제이콥스 입점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끊임없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 씨가 8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에 탑승하기 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 씨가 8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에 탑승하기 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단히 말해 신세계는 '청와대 관련 명성을 믿고', 신라는 '신세계가 하니까 우리도' 입점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중소기업 화장품에 1년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는 시내 면세점 내 주요 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개별 브랜드에 매장만 빌려주는 방식의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모든 물품을 자신이 직접 구매해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가능한 일이기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관계자는 "입점을 원하는 수 많은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면세점 사내에서 이 제안서를 검토하고 공개 품평회 등을 거쳐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극소수 업체만 입점이 허락되는 게 일반적인 프로세스(절차)"라며 "그리고 대부분 온라인 면세점에 먼저 입점시켜 판매 실적을 테스트한 뒤 통과해야 오프라인 입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해당 업체의) 설명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상으로 존 제이콥스의 2014년, 2015년 생산실적은 연간 수 십, 수 백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라면세점의 경우 주로 세계적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1층에 존 제이콥스가 끼어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금 존 제이콥스 매장은 두 평이 될까 말까 한 작은 임시매장이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며 "중소, 벤처 국내 화장품 브랜드 육성 차원에서 출입문 뒤쪽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면세점 1층 출입문 바로 옆 매장이 좋은 자리가 아니면 어디가 좋은 자리냐", "임시매장이라고 하기에는 영업기간이 너무 길고, 보통 임시매장은 가이드맵 등에 '이벤트홀' 등으로 표시되는데 현재 존 제이콥스 브랜드명이 찍혀있다"는 등 반박 의견이 계속 제기되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존 제이콥스가 자리 잡은 1층 출입문 뒤 공간이 같은 층 명품들과 상관없는, 유망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테스트 공간'이라는 신라호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존 제이콥스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신라면세점 1층 정문 출입구 뒤에 존 제이콥스와 나란히 매장을 운영하는 국산 화장품 '파파레시피'의 경우, 다른 면세점에서 월 매출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이미 실적과 인기가 검증된 브랜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객관적으로 존 제이콥스를 파파레시피와 비슷한 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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