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초등학생 겨울방학 영어캠프, 실속ㆍ효과 꼼꼼히 따져보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초등학생 겨울방학 영어캠프, 실속ㆍ효과 꼼꼼히 따져보세요

입력
2016.11.10 20:00
0 0

금액ㆍ현지 학생들과의 교류 등

프로그램별 내용과 질 살펴야

효과 크지 않고 영어 대입 비중 줄어

참여율 감소세… 초등생 0.6%

“중요한 건 영어공부의 지속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찬 바람이 불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심란해진다. 이번 겨울방학은 또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시작된다. 국내외 갖가지 영어캠프는 대부분의 부모가 한번쯤 생각해 본 대안. 특히 자녀가 따뜻한 영어권 국가로 가서 원어민의 집에 묵으며(홈스테이)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그러나 고액에, 효과도 썩 좋지 않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 영어캠프 신청 시즌, 영어캠프를 살펴봤다.

한 달에 1,000만원…해외연수 감소세

일단 캠프 비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A업체의 경우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로 캠프를 가면 4주에 660만원, 8주에 1,320만원이 든다. B업체 역시 미국 동부 보스톤에서의 캠프 비용이 4주 680만원, 8주 1,3000만원이다. 두 업체 모두 왕복 항공권과 개인 용돈은 별도여서, 이를 포함하면 한 달에 약 1,000만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고비용 때문에 필리핀 싱가포르 사이판 등의 지역을 찾기도 하고, 따뜻한 날씨를 원한다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선호한다.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1월에는 현지 학교가 방학이라 한국에서 간 학생들끼리만 수업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현지 학교에서 미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호텔기숙사에서 한국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국가, 프로그램마다 캠프의 내용과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일부 업체는 캠프 계획서와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수준 낮은 강사를 고용하기도 하므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외 캠프 참여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의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은 전체 학생의 0.5%로 2007년(1.1%)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0.6%로 중학생(0.5%) 고등학생(0.3%)보다 높은데, 초등학생 참여율 역시 2007년(1.4%)보다 0.8%포인트나 줄었다. 한 대학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거액을 들여 해외 캠프를 보냈는데도 효과가 크지 않고, 최근 몇 년 새 고교와 대학 입시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부모들이 캠프를 덜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내에도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등이 늘고 있어 고소득층의 영어교육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해외 영어캠프 열풍이 식는 걸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A업체에 상담전화를 걸어 “요즘은 예전만큼 많이 안 간다고 들었다”고 묻자 “그렇지 않다, 매년 출국하는 학생 수가 늘고 있다”며 “특히 과거보다 학생들 연령이 어려져 초등학교 1, 2학년들도 많이 간다”고 말했다. B업체 역시 “미국 동부에서 하는 캠프 3개중 1개는 조기 마감됐다”고 신청을 재촉했다.

“영어 많이 늘진 않아요”…공부 지속성이 가장 중요

하지만 해외 캠프가 아이의 영어 실력을 드라마틱하게 올려주지 않는다는 점은 업계도 인정한다. A업체 관계자는 “한 달 간다고 영어가 많이 느는 건 아니다. 외국 가정에서 생활해 보는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한다는 면에 중점을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프로그램 질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달짜리 캠프를 가면 딱 한 달만큼의 효과만 있다”며 “영어에 대한 관심은 생길지 모르겠지만 영어 능력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BSlang(EBS랑) 김승규 강사는 “요즘처럼 시중에서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영어에 노출되기 위해 꼭 외국을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하루에 한 시간 집중해 영어 원서를 읽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어캠프도 많다. 영어마을이나 대학에서 진행하는 캠프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이 저소득층 가정 자녀,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진행하는 영어 캠프 등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어떤 영어캠프에 참여하든 중요한 건 영어공부의 지속성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캠프가 짧으면 1, 2주 길어도 8주 정도의 단기 과정이라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영어 캠프라 하더라도 다녀온 후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단기간에 원상태로 돌아간다면 애먼 예산을 투여한 것이 된다”며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수요는 분명하므로, 공교육 내에서 내실 있는 영어교육을 꾸준히 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민 교수도 “영어캠프든 영어마을 체험이든 영어학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컨대 영어마을과 학교를 연계해서 학생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